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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미디어는 어떻게 이희진이란 허상을 만들었나?
HOOC| 2016-09-06 18:52
[HOOC=서상범 기자]30억원대의 고급 외제차. 대리석이 깔린 강남의 저택. 이른바 청담동 백만장자로 알려진 이희진(30) 씨를 수식하는 단어입니다.

SNS 등을 통해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유명해진 이 씨는 그러나, 검찰에 긴급체포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투자자들에 허위 주식정보를 퍼뜨려 수십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입니다. 

알려진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하고, 이 씨에게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 씨를 다단계 사기의 대표적인 사례인 조희팔에 빗대어, ‘이희팔’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포장됐던 이 씨의 부(富)의 이면에는, 이처럼 서민들의 눈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씨는 어떻게 청담동 주식부자, 백만장자라는 허상을 만들어냈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미디어의 원죄(原罪)가 큽니다. 대중에게 신뢰감을 부여하는 장치 중, 아직도 미디어는 그 힘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이 씨의 화려한 허상을 통해 대중들은 그에게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HOOC은 이 씨가 미디어에 등장한 시점을 따라가봤습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되는 뉴스를 기준으로 이 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2016년 9월 이전의 기사들을 검색해봤는데요.

이 씨가 처음 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4년 5월 16일입니다. A 경제TV가 작성한 이 기사는 이 씨를 자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이 씨가 개인투자자를 위하여 <이희진의 미라클 HTS>를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이후 이 매체는 이 씨를 여러번 언급하는데요. 특히 2014년 말에는 이 씨를 “회원들의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서비스 이용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8명의 파트너”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해당 매체의 TV 프로그램은 물론, 관계사인 경제신문에 기고를 하기도 하면서 주식 투자가로서의 명성을 쌓아나가게 됩니다.

한동안 뜸하던 이 씨의 소식은 2015년 8월 다시 들립니다. 이번에는 주식 고수가 아닌 거액의 기부를 한 젊은 사업가로 말이죠.

2015년 8월 3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 씨가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867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는데요.

해당 소식을 다룬 기사들은 이 씨를 “주식투자로 성공한 청년사업가로 꼽히며 2014년에는 증권정보업체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지도를 쌓아가던 이 씨는 한동안 앞서 말씀드린 A 경제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식전문가의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그러던 이 씨가 미디어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바로 2016년 6월 9일에 방송된 한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 씨는 자수성가로 유명한 래퍼 도끼를 보고 ‘불우이웃”이라고 지칭하며 화제가 됐는데요. 당시 방송은 이 씨를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슈퍼리치로 묘사하며 이 씨 띄우기에 나섰고, 이후 방송 내용을 기반으로 한 기사들이 연예매체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언론들은 “현재 청담동에 3개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고, 수십억원 상당의 자동차도 여러대 있다. 회사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이 씨의 주장을 검증없이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이 씨는 이러한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각종 케이블 TV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출연했고, 그의 유명세는 더욱 커져갔죠.

미디어 역시 더 많은 러브콜을 보내며 이 씨의 사업은 물론, 일상에 대해서까지 다뤘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미디어들에게 젊은 나이에 부를 이뤘다며 자랑하는 이 씨는 매력적인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이런 부분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사용했습니다.

즉 미디어가 만들어 낸, 아니 미디어를 통해 이 씨가 스스로 구축한 이미지가 피해자들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죠.

이 씨가 만든 유사 투자자문회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는 이러한 이 씨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모여든 수천명의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이 씨 피해자 모임 측에 따르면 이 씨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2배로 환불해주겠다”며 공언했고, 방송에 나와 화려한 자산을 공개한 이 씨가 설마 사기를 치겠냐며 투자자들은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 씨의 긴급체포와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됐습니다.

어쩌면 이희진이라는 허상과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드는데 일조한 공범 중 하나가 미디어는 아닐까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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