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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못쓰는' LG그룹주
뉴스종합| 2016-09-12 10:36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주식시장에서 LG그룹주가 힘을 못쓰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전자부문의 실적이 그룹 전반의 주가 동력을 꺾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치이고, 중국업계의 거센 추격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대형 그룹주 중 유일한 ‘하락세’=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2000선 랠리를 재개한 지난달 4일 이후부터 전날까지 평균주가를 비교한 결과, 4개 대형 그룹주(삼성,현대자동차, SK, LG) 중 LG그룹만이 평균주가가 1.9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5%, 삼성그룹은 0.84%, 현대자동차그룹은 5.74%, SK그룹이 3.51%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다.

시계를 넓혀 올 초를 기준으로 4개 대형 그룹주의 평균주가를 비교해도 LG그룹주(-11.21%)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삼성그룹(17.77%), 현대자동차그룹(1.39%), SK그룹(1.86%) 등 나머지 대형 그룹주의 상승세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과는 반대로 올 들어 LG그룹주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상승을 두고 보면 주식 시장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 LG그룹주 내 시가총액 상위 4개 기업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1분기에 이어 LG전자(139.53%), LG생활건강(34.13%), LG지주회사(22.16%), LG화학(8.70%) 모두 영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2000선 랠리 재개 이후 대형그룹주 평균주가 증감]

‘오락가락’하는 전자 부문 실적의 늪…그룹 전반의 주가 동력 꺾어 = “휴대폰사업 등 핵심사업이 시장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부진에 빠지게 된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지난 2010년 9월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이후 그룹에서 시가총액 상위주였던 LG전자의 주가는 최근까지 반 토막(-57.61%) 났고, LG디스플레이 주가 역시 4분의 1 수준(-25.33%)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실적 ‘부침’이 LG그룹 이미지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평가한다. 경쟁사였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2010년 이후 3배 이상 고속 성장하며 시장에 낙관적 전망을 심어줄 동안, LG전자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시장의 기대감을 꺾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009년 2분기에 1조1160억원에 달하던 분기 영업이익이 2010년도에 적자전환(-3135억원)으로 돌아섰고, 이후 흑자전환을 했지만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2009년 2분기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어서며 활약하던 LG전자는 피처폰 성공에 방점을 두면서 사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충격은 2014년 10월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태로 이어진다.

2014년 10월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는 “LG전자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aa3’로 부여한다”며 “스마트폰 부문에서 손해가 나지 않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 부문에 속하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의 울분을 사면서 투심을 꺾었다.

지난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을 겪으면서 증권가에서 나온 ‘저점 매수 기회’라는 말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중국의 묻지마식 투자로 인한 LCD 패널 가격 폭락이 가시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부침’이 일어났고, 주가가 연중 하락세를 면치 못해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애플에 치이고 경쟁 관계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 = LG그룹주 내에서 특정 계열사에게 호재인 것이 다른 계열사에게는 악재가 작용하는 상황 역시 투심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지적된다.

애플은 아이폰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상위 기업으로서 매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LG전자의 경쟁 대상으로서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8일처럼 아이폰7이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당일에만 4.89% 하락했다.

반면 지난 2014년 9월 중순에는 아이폰6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LG전자의 주가가 한 달 새 9.12%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삼성과 LG의 라이벌 구도 탓에 LG화학이나 LG디스플레이 등 업계 1위 LG계열사들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가지 못하는 점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대량 리콜 사태를 맞으면서 배터리 업체 후보로 LG화학을 배제한다든지, 삼성전자 TV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쓰지 않고 중국과 대만의 패널을 사용하는 것 역시 두 업체의 실적을 제약한다는 분석이다.

LG 계열사의 한 임원은 “LG 계열사의 주가가 실적 반영이 미미하다는 점에 동감한다”며 “유플러스나 지주사의 경우처럼 상승 구도도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을 볼 때, 결국은 실적을 쌓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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