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
폭염에 시달렸던 올 여름…에어컨 없어서 못팔았다
뉴스종합| 2016-09-26 11:21
삼성·LG 등 올 220만대 판매 추산
2013년 200만대이후 역대최고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 90% 육박



지난 여름은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은 수 많은 기록도 함께 남겼다. 지난 8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의 낯 최고 기온은 평균 34.34도에 달했다. 스마트폰을 요란하게 울리는 긴급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폭염 주위보 기준이 33도임을 감안하면, 올 여름 매일매일이 폭염 그 자체였다는 의미다. 지금도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회자되는 1994년, 평균 기온은 32.6도였다. 

하루 중 가장 낮은 기온이 25도 이상을 의미하는 열대야 일수는 올 8월에만 무려 22일에 달했다. 1994년 15회, 2013년 18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열대야가 연달아 계속된 것도 이번 여름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올해 8월 열대야는 무려 21일동안 계속됐다.

한 달 내내 제대로 숙면에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통상 열대야 연속일은 한 여름 정점에도 4일에서 7일 정도다. 이 같은 기록적인 올 여름 더위는 또 다른 기록을 낳았다.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찾는 사람도 기록적으로 늘어나면서 에이컨 업계 역시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연일 신기록을 수립했던 한 낯 무더위에 잠 못 드는 열대야까지 20일 넘게 계속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일렉 등 국내 주요 가전회사들에 따르면 올 한해 에어컨 판매량은 약 2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나름 무더운 해로 기록됐던 2013년 200만대 이후 최고 기록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신제품은 출시 4개월만에 국내 판매 1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20만대 벽도 가뿐히 넘었다. LG전자 역시 창원 에어컨 공장을 8월 중순까지 풀 가동했다. 통상 8월 초에 끝냈던 에어컨 생산 기간을 2주가량 늘리고도,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원 없이 만들고 팔아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LG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여름 무더위가 몰고 온 에어컨 특수는 숫자로도 확인 가능하다. 주요 업체들이 추산한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약 220만대 수준.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가정 에어컨 보급률이 60%를 넘은 2011년 이후 최대치다.

2013년 기준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78%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90%에 육박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이미 100%를 넘은 TV나 냉장고에는 못미치지만, 사실상 살 만한 사람들은 다 샀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시장 포화 속에서도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그 만큼 올 여름 무더위가 극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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