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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카페] 글·그림으로 지은…헤쳐모이는 소설 ‘집’
라이프| 2016-09-30 11:27
종이책시장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고 하지만 한편에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읽는 재미 뿐 아니라 볼 거리, 소장 가치를 더한 책들이다. 화려한 장정과 삽화들이 가득했던 책의 전성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소설집을 표방한 ‘하우스 오브 픽션’은 좀 독특하다. 김중혁의 소설 외에 애니메이션 작가 정유미, 일러스트레이터 이정환 등 인접예술 작가들이 저마다의 도구로 완성한 소설을 함께 모았다. 

김중혁의 ‘1971년의 기적’은 비행기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쓴 미스터리 단편. 공해상에서 원인불명으로 실종된 비행기와 생존자들의 실화를 기록한 책을 찾아내려는 이들과 그 책을 없애려는이들 간의 얘기를 8개의 다른 시각으로 그려낸다.

애니메이션 작가 정유미의 ‘이사’는 마치 롱테이크로 잡아낸 무성영화 같다. 어떤 집이 하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현관문, 창이 열리고 집의 구조가 하나씩 드러나고 사라지면서 그 속에 사는 주인공이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발코니’는 집짓기를 의뢰하러 온 건축주와 그의 욕망에 맞춰 건축가가 그려낸 도면으로 이뤄진 소설. 건축주는 자신이 꿈꾸는 집의 모습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그의 요구는 서로 상충한다. 변덕스런 희망에 따라 도면은 계속 수정된다.

‘하우스 오브 픽션’스페셜 에디션은 또 하나의 책이 포함돼 있다. 예술제본을 위한 ‘리브르 아 롤리에’. 내용이 인쇄된 내지를 접은 뒤 테두리를 잘라내지 않고 페이지 순서대로 추려놓거나 쉽게 뜯어낼 수 있도록 실로 한두 번만 꿰어 표지에 끼워놓는 방식으로 제작된 책이다. 자신의 취향대로 책을 제본하고 소장할 수 있게 만든 책으로 정식출간된 첫 리브르 아 롤리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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