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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 학교를 지역의 배움터로 만들자
뉴스종합| 2016-10-04 11:21
일과 시간을 마친 주민들이 퇴근 후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자녀의 손을 잡고 인근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서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위해 바둑이나 체스를 배우기도 하고, 건강 증진을 위해 축구나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과 같은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몇몇 사람들은 논어나 국가론과 같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동서양의 고전을 배우기도 한다. 이 밖에도 외국어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는 사람, 함께 음악을 감상하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 학교에 있는 도서관에서 가족들이 함꼐 독서를 즐기는 사람 등 저마다의 여가 시간을 집 근처 학교에서 보내기도 한다. 바로 삶과 학습이 어우러지는 배움의 공간으로 학교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학교는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즐거운 공간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학교의 모습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모습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 각 나라에서는 이렇게 운영되는 학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는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의 용도가 주로 일과시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습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학 중에도 대부분의 시설은 활용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본다면 1만2000여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시설이 상당한 시간 동안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시설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지만 본격적으로 학교 시설 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된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를 활용하는 즐거운 상상이 왜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외국에서 학교가 지역사회 학습의 중심지로 활용되는 성공사례를 잘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학교의 교육시설이 다양한 평생학습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외국에서는 학교의 시설 관리 책임을 학교장이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따라서 학교장은 학교 운영을 위해 시설을 빌려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시간 동안만 학교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 이외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학교의 시설을 활용하며 각종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포함해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물론 일과시간에는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 시설이 상당히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교 일과 시간 이외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인해 퇴직을 한 노인들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생활을 위한 노령연금도 중요하지만 노인 개개인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여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노인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시설의 활용은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학교 시설 활용 방안들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는 학교장에게 모든 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학교의 관리 책임을 맡고 학교 시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교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운영 주체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학습과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학교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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