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당초 취지는 진료기록 보면 족하다” 해석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결국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의 부검 시행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절차상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영장이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 의원은 지난달 28일자로 발부된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의 세부 문서 중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를 대법원으로부터 입수해 4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부검 실시 이전 및 진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 및 방법과 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진>부검 영장 사본 일부 |
이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에 ‘부검 실시 이전 및 진행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한다라는 단서가 추가됐다. 단순히 가족의 의견을 듣기만 하고 검경이 마음대로 부검의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검 실시 이전부터 가족과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하라는 취지다.
박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한대로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데 당사자들과 협의하면서 할 수 있나, 부검 시기와 장소를 다 협의하라는 건 아니다’, ‘부검영장 집행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1차 영장청구에 대한 (일부)기각 사유에는 ‘현 단계에서 변사자에 대한 입원기간 중의 진료기록내역을 압수하여 조사하는 것을 넘어 사체에 대한 압수 및 검증까지 허용하는 것은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적시돼 있다.
1차 청구에서 법원은 ‘입원기간 중의 진료기록내역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해석이다.
실제 발부된 영장의 조건에도 ’부검에 의한 사체의 훼손은 사망원인 규명 등 부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해야함‘이라고 돼 있어 전체 취지는 부검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박 의원은 해석했다.
아울러 유족의 의사에 따라 참관 인원의 종류 및 수가 정해지도록 돼 있어 이 역시 가족과의 사전합의가 없으면 부검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수사기관이 흘린 대로 간단한 조건만 갖추면 부검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 과정에서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그것이 1,2차 영장 청구 전 과정을 놓고 종합적으로 해석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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