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책
[단독] 코바코, ‘방팔이’ 논란 직방에 혈세 수십억 묻지마 지원 “특정기업 광고독식”
엔터테인먼트| 2016-10-10 09:32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광고 판매대행 및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ㆍ이하 코바코)가 과다 간접광고(PPL) 논란을 불러일으킨 특정 기업에 수십억 원을 ‘묻지마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일반 방송광고를 하는 경우 (자금) 지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선정기준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같은 기간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를 독식하는 등 사실상 ‘성장의 기회’를 독식했다.

10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바코는 지난해 부동산 임대정보 업체 ㈜직방에 총 24억여 원을 지원했다. KBSㆍMBC 등 공영방송에 내보내는 광고 비용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직방은 지난해 시청률 21.5%를 기록한 SBS 드라마 ‘용팔이’에 자체 자금으로 대대적인 PPL을 실행,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다.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용팔이가 아니라 방팔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9월 2일 용팔이 방영분에서는 남자 주인공 주원이 상대역인 김태희에게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아. 같이 살 방을 구해보자”며 직방 어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장면이 수차례 노출됐다. 지상파 민영방송의 주력 드라마에 직접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직방의 자금 여력이 충분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코바코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직방에 대한 지원을 강행했다. ㈜직방은 이를 통해 KBSㆍMBC 등 공영방송으로까지 광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문제는 코바코의 ‘중소기업 방송광고 지원사업 선정기준’에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후 일반 방송광고를 하는 경우에는 자격이 상실된다’고 버젓이 적혀 있다는 점이다. 코바코가 해당 사업을 위해 지난해 KBSㆍMBC 등 공영방송으로부터 제공받은 광고시간 가치는 352억여 원에 이른다. 즉, 코바코가 내부 기준을 무시하면서까지 특정 기업에 전체 사업비의 7%(24억여 원)를 몰아줬다는 이야기다. ㈜직방이 자체 자금으로 SBS에, 코바코 지원으로 KBSㆍMBC에 ‘동시 광고폭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홍보”라며 “시청률이 20%가 넘는 드라마에 PPL을 할 정도로 금전적 여유가 있는 회사를 묻지마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른 형태의 광고지원을 받고 있거나, 자사의 능력으로 상업광고를 내는 기업을 제외한 유망 중소기업에 정부 지원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코바코가 운영 중인 ‘중소기업 방송광고 지원사업 선정위원회’에는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가이드 라인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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