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데스크칼럼-김필수] “WICOS?”(이 배의 선장은 누구인가?)
뉴스종합| 2016-10-11 11:30
가수 김광석의 노래 중에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고 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가사가 쏙쏙 들어온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중략)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있을 수 없는 일들로 세상을 풍자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 노래 가사 같은 일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 7일 서해상에서 대치한 한국 해경과 중국 불법어선. 정상이라면 불법어선이 쫓겨가야 한다.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 해경정이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국가 공권력의 추락이다. 어이 없고, 심각한 일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가관이다. 청와대는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곤 공을 유관부처로 넘겼다. 유관부처 외교부는 주한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해경은 부총영사를 불러 “항의”했다. 참 기계적이다. 창이 무디니, 어설픈 방패로도 충분하다. 중국은 “유감”과 “(지도와 단속을) 강화”를 밝혔다. 미지근하고 원론적이다.

비유하자면 땅꾼이 독사에게 잡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위권은 실종됐다. ‘문명적인 법 진행’ 원칙에 매달리는 정부 탓이다. 어떻게 이렇게 느슨한 대응이 가능한 걸까. 자위권 차원의 대응공격이 시급하지 않나. 이 모든 일의 최종책임자는 누구여야 할까.

책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는 애잔하다. 2015년, 36세에 폐암으로 세상을 뜬 신경외과의사 폴 칼라니티의 감동적인 투병기다. 이 책에 ‘WICOS?’(Who Is the Captain of the Ship?)란 말이 나온다. ‘누가 이 배의 선장인가?’ 칼라니티는 쓰러져 가면서도 ‘WICOS?’에 집착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 하에 투병중 복직을 결정했고, 연명치료 거부 결정도 내렸다. “WICOS?”에 “나”라고 답하며 인생을 마무리했다.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훌륭하다. 2009년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 1549편의 기장 체즐리 설런버거(설리)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리더십과 책임감의 완벽한 교보재다. 비행기 추락의 위급한 순간, 설리 역시 “WICOS?”에 “나”라고 답했다. 자신의 책임 하에 사상 유례 없는 ‘강 위 불시착’을 시도했고, 마지막 한 명까지 승객을 챙긴 후 이탈했다. 승객 155명 전원이 생존하는 기적은 이렇게 일어났다.



다시 한국이다. 우리의 선장은 누구인가. 유린 당하는 공권력은 누가 엄호할 것인가. 혼돈의 정치ㆍ사회는 누가 안정시킬 것인가. 위기의 경제는 누가 살릴 것인가.

지금 미국에 허리케인 ‘매슈’가 상륙했다. 매슈가 남긴 인명피해는 현재 19명(사망자)이다. ‘초강력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기사 제목에 그 이유가 보인다. “미국, ‘전쟁하듯’ 허리케인과 싸웠다” 각 단계마다 기꺼이 책임을 떠안는 선장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집무실 책상에 뒀다는 글은 이런 문화를 상징한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다시 간절히 묻는다. 우리의 선장은 누구인가.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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