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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공화국의 그늘③] 졸업장에서 임신진단서까지…‘기상천외’ 위조의 세계
뉴스종합| 2016-10-12 10:00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 소위 ‘떳다방’ 업자였던 이모(38) 씨의 눈에 지난해 제주도의 한 신축 아파트가 들어왔다. 분명 분양권 거래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에 거주하던 이 씨는 제주도민 조모(31)씨와 거래를 했다. 조 씨의 명의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었고, 이 씨가 200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그러나 이 씨는 청약 당첨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싶었다. 이에 그는 분양 신청 명의자인 조 씨의 임신진단서를 위조했다. 자녀 수를 부풀린 진단서를 분양사무소에 제출했다. 사건을 인지한 경찰이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 씨는 진단서를 재차 위조해 경찰에 건네기도 했다. 제주지법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 친오빠와 소송 중이던 서모(42) 씨는 지난해 조카 명의로 거짓 진술서를 작성했다. 진술서에는 ‘아버지에게 상습 폭행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서 씨는 ‘폭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며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였다. 그는 오빠에게 폭행당했다는 진술서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소송에서 유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청주지법은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위조범죄가 늘면서,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위조범죄에서 화폐 위조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각종 공·사문서에 대한 위조로 범행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위조범죄(통화·유가증권인지우표·문서·인장)는 지난 2011년(2만 5850건)부터 2014년(2만 1662건)까지 연평균 2만 3000여건 발생하고 있다. 이중 화폐 위조는 201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 2014년에는 전체 위조범죄의 12%(2770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각종 공·사문서 위조는 1995년(8141건)부터 2008년(2만 2157건)까지 꾸준히 늘었고, 이후 잠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6.1% 뛰어올라 1만 7927건으로 전체 위조범죄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위조를 대행해주는 업자들이 낀 상습 범죄도 적지 않다.

지난 2014년 사업에 실패하고 빚에 시달리던 이모(30)씨는 인터넷에 ‘졸업장을 위조해 준다’는 광고글을 올렸다. 광고글을 보고 문서 위조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이 씨는 졸업증명서부터 납세진단서, 사망진단서, 외국계회사의 재직증명서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이 씨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공문서를 포함해 총 80장의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법은 이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씨에게 문서 위조를 부탁한 이들 역시 범행의 경중에 따라 벌금형부터 징역 4~6개월 형을 두루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위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윤호 교수는 다양화되는 위조범죄의 원인으로 “최근 중고생도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위ㆍ변조가 쉬워졌고, 위조 범죄의 사람을 해치는 범죄가 아니라 생각해 죄의식을 적게 느끼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양형을 강화하는 등 방법을 통해 모든 사람이 처벌을 엄중히 받도록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정호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검찰수사서기관은 논문에서 “준전문적 위조범이나 전문적 위조범에 대해 형사처벌 뿐 아니라 그들이 범한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요된 사법비용까지도 철저히 부담시키는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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