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가톨릭 추기경들이 미국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 때문에 반기를 들 태세다. 가톨릭의 심장부인 바티칸 베드로 광장 바로 옆 추기경들이 기거하는 건물 인근에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곧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15일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최근 성베드로 광장 근처 교황청 소유의 건물에 한 달에 3만 유로(약 3천740만 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538㎡ 넓이의 매장을 내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성스러운 성베드로 광장이 햄버거 냄새와 점포를 찾는 관광객들의 소음으로 오염될 것을 우려하며 이 지역에 거주하는 추기경들이 반기를 들었다.
엘리오 스그레차 추기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광장인 성베드로 광장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문을 여는 것은 건축적 전통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논란의 소지가 큰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분노한 추기경 중 한 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써 성베드로 광장 바로 옆에 점포를 개점하려는 맥도날드의 상업적 시도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의 유서 깊은 보르고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보르고 보전 위원회의 모레노프로스페리 위원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프로스페리 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은 불법 기념품 가판대와 소규모 슈퍼마켓 등이 증가하며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까지 문을 열면 이미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이 지역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슬람 테러 분자들이 바티칸을 다음 테러 예정지로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맥도날드 점포까지 생기면 테러 위협이 더 커질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그레차 추기경은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표방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처럼 해당 공간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시설로 사용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바티칸 부동산을 관리하는 기구인 ASPA 책임자인 도메니코 칼카뇨 추기경은 “맥도날드와의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른 추기경들의 비판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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