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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50년물 발행, 금융시장엔 무슨 의미일까
뉴스종합| 2016-10-23 17:14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국내 금융시장도 사실상 ‘초저금리 시대’를 받아들인지 오래다. 국고채 50년물의 발행은 국내 국채시장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장기 저금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고채 50년물 발행의 판단근거는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축소되는 등 신규 초장기 국고채 발행에 필요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었다.

50년물 국고채를 매입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50년 간 10년물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수익에도 만족한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행된 50년물 국고채의 발행규모는 1조1000억원, 낙찰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기준금리 대비 +4bp(1bp=0.01%)로 결정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됨에 따라 글로벌 금리수준은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해 9월 이후 국고채 30년물의 금리가 1.5% 근처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행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같은 환경은 국고채 장기물 발행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금리측면에서 보자면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의 발행에 강한 인센티브가 형성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자금을 낮은 비용으로 조달하는 것이 정부의 재정운용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금리구조는 국고채 장기물 발행비중 확대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초장기물 발행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낮은 금리수준과 더불어 기간스프레드도 최저수준”이라며 “국고채 3년물과 30년물간의 수익률 격차가 약 20bp 내외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최저수준의 기간스프레드와 낮은 수준의 50년물 금리를 고려하면 초장기물 시장에서도 50년물이 30년물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둘의 금리 경합으로 한쪽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선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금리상승기간 수익하락(혹은 손실)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고채 50년물의 금리는 국고채 10년물에 가산금리가 4bp로, 40년의 기간에 대한 가산금리가 4bp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이러한 금리수준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발행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금리수준으로 볼 수 있는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낮은 금리에 발행된 초장기물은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상승기에 큰 폭의 가격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장기물의 발행은 회사채 만기 확대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점, 정부의 재정자금 조달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성숙한 수준임을 나타내는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국고채 50년물 발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ygmoon@heraldcorp.com



[자료=금융투자협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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