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우ㆍ순’ 의혹 꼬리 자르기 與…묵묵부답 靑
뉴스종합| 2016-10-24 08:43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교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가중되는 ‘우ㆍ순(우병우ㆍ최순실)’ 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당이 우 수석 교체 제안, 최순실과 거리두기로 ‘출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안성 한경대에서 열린 학생 간담회를 마친 뒤 ”그(우 수석)에 대한 여론과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대통령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의혹만으로 바로 사퇴하게 된다면 누가 소신껏 신념을 갖고 일을 하겠느냐. 일단 검찰수사를 하고 있으니 그걸 보고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지금까지 우 수석의 의혹에 침묵해온 이 대표가 한발 나가 박 대통령에게 ‘진언’을 전한 셈이다. 친박계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현재 상황에서 남은 선택은 한 가지, 대통령께서 우 수석을 해임하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여당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우 수석이 지난 21일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참하며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악화되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돼 ‘이중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우 수석의 국감 불참에 따른 국회 차원의 고발 조치에 야당과 합의하고, 이번주 중 운영위 전체 회의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60ㆍ최서원으로 개명).]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와는 ‘거리두기’를 택했다. 이 대표는 최 씨 의혹에 관해서도 박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얘기하지 않았다”며 “그 분(최 씨)을 정당에서 커버(보호)할 필요도 없고,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해명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21일 운영위 국감에서 “최 씨를 고발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최 씨 관련 모든 의혹들이나 풍문이 수사 단서가 되는 만큼 검찰에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도 “최 씨 문제는 개인의 의혹이며, (최 씨 딸 정유라에게) 입학 특혜를 준 이화여대의 문제”라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우 수석 교체 요구, 최 씨와 거리두기로 요약되는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는 ‘우ㆍ순’ 의혹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 요인과 ‘송민순 회고록’으로 대표되는 야당과 정치 쟁점 승부에서도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예산안ㆍ법안 심사에서도 야권이 ‘최순실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는 등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입지를 좁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최 씨 의혹은 물론 우 수석 교체 요구에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우ㆍ순’ 의혹이 검찰 수사로 철저히 규명되지 않으면 국정조사 또는 특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공세를 강화하는 야당과 느긋한 청와대 사이에서 ‘진퇴양난’하는 새누리당이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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