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리즘] 지진, 노벨상 그리고 과학 투자
뉴스종합| 2016-10-25 11:21
최근 불안감과 부러움, 두 가지 이유로 국민들의 관심이 과학 분야에 쏠리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다. 40여일이 지난 25일 현재 5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24일에는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인 수원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해 더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줬다.

경주와 수원 지진으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진을 경험한 적이 없던 터라 사회적 충격은 ‘강진’이었다.

정부는 경주 지진이후 무능하고 비전문적인 대처로 일관해 국민적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뒤늦게 전국적인 지질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전문가 집단에 조언을 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지층과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제시할 전문가는 손에 꼽힐 정도다.

국민의 관심이 과학에 쏠린 두 번째 이유는 노벨상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위원회가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발표한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반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올해도 노벨 수상자가 나왔다. 3년 연속이다.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에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세포 내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자가포식(Autophagy)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암,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그의 연구 성과는 50년 가깝게 한 우물을 판 결과다.



과학분야 노벨상 이력을 보면 우리나라는 0명, 일본은 22명이다. 이는 과학에 대한 투자와 관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 때부터 100여 년이 넘도록 꾸준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일본의 정부는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믿고 연구자를 지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기적인 연구 성과에 매달리는 산업형 응용과학기술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정부도 과거 5년, 10년 장기 프로젝트에서 최근에는 1년, 2년짜리 단기 ‘쪼개기 프로젝트’ 지원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국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는 지난 6월 시류에 흔들리는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9단의 바둑 대결 직후 대통령이 나서서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네이처는 “단일 사례만으로 ‘인공지능이 미래’라며 곧바로 이 분야 투자를 늘리는 ‘주먹구구식 대응’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이처는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5대 불가론으로 ▷토론이 거의 없는 상명하복식 의사전달 체계 ▷기초과학분야에 관심없는 기업 주도 과학투자 ▷장기적인 계획 없는 시류 편승 과학정책 ▷연구 풍토 미흡으로 우수인재의 해외 이탈 ▷턱없이 부족한 연구 논문을 제시했다. 과학적 관심이 쏠린 지금, 다시 한번 고민할 때이다. g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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