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미국에 최초로 AIDS를 옮긴 ‘페이션트 제로’… 30년만에 벗은 오명
뉴스종합| 2016-10-27 11:54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에 최초로 에이즈를 옮긴 사람,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ㆍ최초의 감염자)’.

캐나다 출신 남성 승무원인 개탄 두가스(1984년 사망)는 오랫동안 이러한 오명을 안아야 했다. 그러나 그가 감염된 것보다 먼저 미국에 에이즈가 퍼져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이클 워로베이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으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2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에이즈가 유행한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북아메리카 대유행 당시 채취한 에이즈 환자의 혈청 샘플에서 얻은 DNA를 복구하고, HIV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 결과 미국에서 유행한 에이즈는 1967년 무렵 아프리카 자이르로부터 아이티로 옮겨져왔고, 1971년 무렵 뉴욕으로 전파된 뒤 서쪽으로 퍼져가 1976년 무렵에는 서부 해안의 샌프란시스코까지 확산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두가스는 비록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기는 했지만, 1974년에야 ‘에어 캐나다’ 항공사에 취직해 미국 뉴욕의 게이 술집에 방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두가스에게서 채취한 에이즈 유전자는 당시 미국 내 에이즈 유전자의 전형적인 타입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페이션트 제로(0)’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은 당시 연구자가 그를 ‘캘리포이나 바깥에 살았다’(outside California)는 뜻에서 ‘페이션트 오(O)’라고 분류한 것이 착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처음 그런 착각을 시작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착각이 확산돼 완전히 정설로 굳어진 것은 랜디 실츠라는 저널리스트가 1987년 쓴 ‘밴드는 계속해서 연주를 했다(And the Band Played On)’는 제목의 책 때문이다. 에이즈를 둘러싼 당대 미국의 사회상을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두가스가 ‘페이션트 제로’라고 썼고, 책의 유명세를 타고 두가스는 오명을 얻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츠는 두가스가 예방조치 없는 성관계를 갖지 말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헤롤드 제프 박사는 “두가스가 최초 감염자가 아니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어찌됐건 그대로 써버렸다. ‘페이션트 제로’라는 아이디어가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알파벳 오(O)’는 이야기가 안됐을 것이다”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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