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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가라앉는 샌프란시스코 랜드마크…왜?
뉴스종합| 2016-10-28 10:21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지반 침하로 고층 건물이나 주변 지반이 가라앉는다? 이탈리아 피사(Pisa), 대한민국의 서울에 이어 미국 서부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들이 줄줄이 단단하지 않은 지반 위에 무리하게 쌓아올린 ‘현대판 바벨탑’ 대열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2009년 완공돼 현재 400가구 이상이 살고 있는 고급 주상복합 건물인 밀레니엄 타워(Millennium Tower)다. 지상 58층짜리 이 건물은 완공 7년째인 올해 8월, 지반 침하로 16인치(약 40㎝)가 내려앉고 북서쪽으로 2인치(약 4㎝)가 기운 것으로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밀레니엄 타워 전경 [출처= temblor]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지역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F Chronicle)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슈퍼볼 4회 우승을 이끌었던 미식축구선수 조 몬타나(Joe Montana),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헌터 펜스(Hunter Pence) 등 유명인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헌터 펜스는 지난 2014년 165만달러(18억7000만원)를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으며, 벤처 자산가인 고(故) 톰 퍼킨스(Tom Perkins)는 5500평방미터 크기의 펜트하우스를 소유했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헌터 펜스

건축비가 3억5000만달러(4000억원)인 이 건물의 아파트 한 채당 현재 적게는 160만달러(18억원)에서 1000만달러(113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타워 꼭대기층에선 샌프란시스코 절경이 360도로 펼쳐지고, 타워 안에는 피트니스센터, 와인 셀러와 테이스팅 룸, 풀, 어린이들을 위한 플레이룸, 영화관, 유명 셰프가 고용된 ‘4스타’ 레스토랑 등이 갖춰졌다. 

밀레니엄 타워 내부 주거공간 [출처=CURBED San Francisco]

밀레니엄 타워는 처음부터 13층과 44층을 건너뛰고 지어졌다. 지상 58층짜리 건물이지만 꼭대기 층은 ‘60층’인 이유다. 숫자들을 건너뛴 것은 이들이 불행을 가져온다는 미신 때문이었지만, 실제로 지반이 가라앉고 있으니 미신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현실로 찾아온 셈이다.

건물이 가라앉는 원인으로는 밀레니엄 타워와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는 트렌스베이 환승 터미널 굴착작업이 거론된다. 그러나 트렌스베이 측 관계자는 “건설 시작 전 타워는 이미 10인치 가라앉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타워의 위치는 원래 샌프란시스코 만, 즉 해수면 아래의 지역을 모래와 암석으로 매립한 땅이라 워낙 고층건물들이 세워지기에 불안정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한강 지류였던 잠실천을 매립하면서 호수가 된 석촌호수 근처에 세워진 롯데월드타워가 불안정한 이유와 유사하다. 

밀레니엄 타워 위치와 인근에 건설 중인 트렌스베이 환승 센터 [출처=SF Chronicle]

UC 버클리 토목공학과 니콜라스 시타(Nicholas Sitar) 교수는 지난 9월 뉴욕타임즈(NYT)에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높은 건물을 보지 못했는데, 건축공학자들이 확실하지 않은 자신감을 가지면서 조심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이 지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도 아니라 이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여 년 전인 1906년 일어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규모 약 7.8로 추정되는 대지진으로, 당시 건물 붕괴와 가스 폭발 등으로 3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으며 ‘20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밀레니엄 타워는 철골작업 없이 모래 기반 위에 세워져 벽과 기둥에만 의지하고 있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진과 같이 건물을 파괴할 외부요인 없이도 지금처럼 계속 지반이 가라앉을 경우 빌딩의 하수관이나 고속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살 수 없는(unliveable, NYT)” 건물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밀레니엄 타워 [출처=SF GATE]

이 건물 42층에 거주하고 있는 제리 닷슨(Jerry Dodson)은 NYT에 “건설업자들이 이 타워의 결함을 미리 밝혔더라면 절대 아파트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소유자 400여명을 조직해 부동산 개발업자인 밀레니엄 파트너스(Millennium Partners)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밀레니엄 주택소유주협회 이사회는 이들에게 “개발업자, 건축 디자이너, 트렌스베이 시행 공동기관인 샌프란시스코 시, AC트랜짓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 전문지인 커브드 샌프란시스코(Curbed San Francisco)는 12일 “밀레니엄 타워의 펜트하우스가 890만달러(1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거래가인 810만달러(91억원)에서 오히려 오른 숫자다. 

커브드는 “좋던 나쁘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악명 높은(famouse and notable), 중앙부에 있는 경치 좋은 콘도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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