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현장에서] ‘초대형 좀비’ 대우조선
뉴스종합| 2016-11-01 11:22
1000원주고 산 물건을 800원에 파는 가게가 있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장사를 하는 이 가게의 5년후 운명은 어떨까. 정상적이라면 문을닫는 게 맞지만, 기가막히게도 이 가게는 계속 장사를 할 거라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딱 이렇다.

지난해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9.5%다.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문을 진즉에 닫아야 할 기업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오는 2020년 대우조선의 영업이익률을 마이너스 10%라고 전망했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니 문을 닫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이 기업은 살아남는다. 적어도 현 정권 안에서 말이다.

가끔 장사를 ‘취미’로 하는 경우는 있다. 소일거리 삼아 어디론가 ‘출근’을 하고 싶어하는 부자들의 경우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가진 게 많은 부자가 아니다. 진즉 에 망할 구조인데도 버티는 것은 순전히 국책은행의 자금, 즉 국민세금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은행은 볼모다. 대우조선이 망하면 쇠고랑을 차야할 인사들이 많다.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이럴 경우 가장 쉬운해법은 폭탄을 다음주자, 즉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것이다.

10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은 한 음절로 요약할 수 있다. ‘퉁’이다. 다음 정권에서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아직도 대우조선에는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고도 모자르다는 얘기도 많다. 1조원을 못받고 있는 소난골 사태는 당장 코앞에 닥친 현실이고, 현재 건조중인 다른 해양플랜트도 언제 또 다른 부실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그렇다고 ‘빅3’ 체제 유지를 강조한 정부가 조선업 전망을 밝게 보는 것도 아니다. 정부 발표자료에 포함된 맥킨지 자료를 보더라도 한국 주력선종의 향후 5년 발주량은 지난 5년 평균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유일호 부총리도 “2020년에도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황 부진 전망 자료를 잔뜩 제시하고 나고서도 ‘빅3’ 체제 유지를 선언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현재 진행형인 최순실 사태, 그리고 대우조선 지원을 전후좌우에서 응원하며 대우조선에서 사내·사외이사 자리를 탐했던 자들의 안위가 다각도로 고려된 결과다. 기업 운영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배가 산으로 간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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