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맘껏 웃고 떠들고…사장님과 힐링여행 “동료에 믿음 생겼어요”
헤럴드경제| 2016-11-01 11:38

한국관광공사, 가을 여행주간 中企 지원
여행프로그램 응모 당첨된 기업들
김포 캠프촌에서 기차놀이·족구게임



강당에 모인 15명은 말 없이, 정처 없이 걸었다. 그러다 낭랑한 목소리의 한 여성이 “스톱”이라고 외치자 모두가 멈췄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허스키한 남저음의 “고”라는 구령이 들리자 다시 걸었다. ‘고’, ‘스톱’은 누구나 외칠 수 있었는데, 어떨땐 구령의 시차가 길었고, 어느 때엔 짧았다.

20대 말단직원이 소리 치면 40대 사장이 따라야 했고, 엄마 같은 60대가 명령하면 딸 같은 30대는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군소리 없이 복종했다.

“직장생활 하시면서, 차마 하고픈 말 못하셨죠?”, “말단이라 찍소리 못하신 분, 달콤한 절대 권력, 지금이 기회예요”

한국관광공사의 가을여행주간 특별 프로그램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회사 임직원들이 타악기 합주를 하거나<왼쪽 사진> 동료 직원 따라해보기 놀이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김호정 힐링 디렉터의 권유에 용기를 얻은 샐러리맨들은 시간이 갈수록 ‘명령하기 경쟁’ 하듯 빠른 속도로 회사 수뇌부들을 조종했다. 동업을 준비하던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은 어떨 땐 주도자로, 어떨 땐 추종자로서 명령하고 복종했다.

이번엔 둘이 짝을 이뤄, 한쪽은 눈 감고 다른 한쪽은 손을 잡고 이끈다. 둘 사이가 가까운 조도 있었고, 먼 짝도 있었다. 눈 감은 사람이 장애물이 있을 법한 곳에서 머뭇거리며 엉덩이를 빼자, 낮은 소리로 장애물의 형태와 거리를 알려주는 속삭임도 들렸다. 눈을 뜬 뒤 촌평이 쏟아졌다. “처음엔 불안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동료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내가 너무 빨리 끌고 간 것을 반성한다”, “불안해 하는 동료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등등.

이번엔 한쪽이 동료를 따라하는 놀이. 후배가 발레동작을 하면 선배는 팔과 다리를 뻗었다. 코를 후비면 동료가 똑 같이 후볐다. 그러다 웃음이 나오면 함께 웃었고, 구경하던 다른 사우들도, 일면식도 없던 이웃 기업 직원들도 웃었다.
한국관광공사의 가을여행주간 특별 프로그램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회사 임직원들이 타악기 합주를 하거나<왼쪽 사진> 동료 직원 따라해보기 놀이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던 직원들과 회사를 이끌던 사장님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한국관광공사가 가을 여행주간(10.24~11.6)을 맞아 중소기업 임직원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기 위해 단합대회 비용 전액을 지원한 ‘사장님, 우리 힐링 휴가 가요~’ 프로그램에는 재잘거림과 웃음이 넘쳤다.

지난 28일 경기도 김포  ‘나무휴식’ 캠프촌에서 진행한 중소기업 단합대회에는 이산미디어 임직원 9명과 동업형 사업체인 ‘생활개선 사업단’ 소속 6명이 참가했다. ‘마감’을 맞추기 위해 추가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근로조건 속에서 직원 전체가 힐링하고 싶다는 사연을 적어 관광공사 프로그램에 응모했다가 당첨된 팀들이다.

‘동작 힐링캠프’와 기차놀이, 족구게임 등으로 떠들썩 하던 오전 놀이가 끝나고 점심식사때엔 사장님이 손수 바비큐 돼지고기를 접시에 남아 직원들 먹기 좋게 잘라서 나눠줬다.

프로그램 기획은 관광벤처기업인 홍캠프(대표 김홍수)가 맡았다. 오후엔 음악 소리 요란했다. 도레미파 솔라시 7계음 차임벨을 15명이 나눠 들고 ‘에델바이스’를 연주한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왈츠 박자가 이어지는 동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설렘이 눈에 띈다. 어쩌다 반박자 빠른 울림이 들려도 한 마디가 지나가기 무섭게 동료들의 도움으로 멜로디는 금방 제 궤도로 복원했다. 연주가 멋지게 끝나자 모두의 표정에 반사적으로 미소가 드리운다.

이번엔 5~6개 타악기를 나눠들었다. 박자와 악기배정 상황을 반박자 간격으로, 쉼표까지 읽어야 하기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처음에 조심스럽던 두드림은 자신감이 붙으면서 대형 관현악단을 방불케 하는 합주로 커졌고, 진행자는 멜로디의 볼륨을 몇 번 이고 더 높여야 했다.

여행의 추억을 나누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마지막 놀이를 끝낸 이산미디어와 생활개선사업단 임직원들 모습이 정겹다. ‘My Happy Thing’ 이라는 노래를 듣고 행복을 얘기하는 시간, 저마다의 행복론을 풀어놓는다. 행복은 ‘마감 끝날때’, ‘퇴근할때’, ‘두꺼비 잡을때(퇴근후 한잔)’, ‘잠 잘 때’ 등 소박하고 평범했다. 그들은 ‘그간 굳이 불행하다 느낄 것 까진 없었는데….’라는 교훈까지 얻었을지도 모른다.

올 봄 여행주간에도 ‘사장님, 함께 봄 여행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4일과 5일에도 이같은 중소기업 힐링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홍캠프는 여행을 통한 심리치료, 힐니스캠프, 에듀캠프, 아웃도어 체험 등을 기획해 국민의 여행 품질을 높여주는 벤처기업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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