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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뿔났다’ 광화문으로…가족단위로 속속 촛불집회 모여 들어
뉴스종합| 2016-11-05 18:50
- 정유라 부정입학 의혹에 분노
- 주최측 10만 추산, 종로 등 도심 행진 예정

[헤럴드경제]교복을 입은 중ㆍ고교생들도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화문광장에서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가 잇따라 열린 5일 오후 세중문화회관 앞에서는 500여명의 중고생들이 모여 어른들 못지않은 목소리로 박 대통령 하야와 교육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집회를 주최한 중고생연대는 시국선언문에서 “중고생들이 함께 뭉쳐 ‘헬조선’을 끝장내자. 무능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우리를 괴롭혀온 교육체제를 갈아엎자”고 주장했다.

중고생연대는 학생들의 인권 향상을 목표로 내걸고 2014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단체다.

그러나 참가 학생들은 중고생연대 소속 여부를 떠나 억압적인 공교육과 입시제도가 자신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며 입을 모았다. 이 같은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다.

정 씨가 어머니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학에 입학했다는 점을 이들은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 여고생은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친구들도, 엉망이 돼버린 이 나라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도,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으로 피해를 본 것도 우리”라면서 “이번 사태는 어른들이 아닌 바로 우리 학생들의 일이기에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동화면세점 앞, 광화문 KT 본사 건물 앞에서도 청소년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150여명의 학생들은 ‘박근혜ㆍ최순실 공저’라고 쓰인 국정교과서 가상 표지에 낙서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광화문 KT 앞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정권이 책임져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896명의 청소년이 우리의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이달 12일 민중총궐기 때는 민주주의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청소년들이 모두 모이는 청소년 시국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 뿐 아니라 대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종교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광장 가득 메우고 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더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 정부를 향해 격한 불만을 나타내는 발언이 이어졌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ㆍ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면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체 모를 사람에게 넘겨 남용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나”라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광화문 광장으로 복귀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끝나면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각계 발언과 공연 등으로 2부 행사를 시작한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많은 인원이 도심 주요 도로를 행진하면 우회로가 마땅치 않아 교통 불편이 명백히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은 허용됐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20개 중대 1만 7600여명을 배치했다. 청와대를 목전에 둔 광화문 광장 북단에는 2중으로 차벽을 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가능한 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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