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단 야권설득 총력전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7일 “여ㆍ야ㆍ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가 나오면 저는 없어지는 것이다.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물러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한 뒤 “엄동설한에 작은 화로라도 태워볼까 하는 심정이다. 그렇지만 성능 좋은 난로가 나오면 화로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추위가 강해진다. 그것을 몰랐던 사람도 아닌데 손난로라도 되고 싶은 심정을 어떻게 놓을 수 있나”라며 “작은 난로라도 돼서 어지러운 국정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의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물러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야권이 ‘김 내정자 지명 철회’를 정국수습 절차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가운데 이날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해법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됐다.

청와대와 김 내정자, 야권이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언급하며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이면 몰라도 지명 철회는 예의가 아니라고 하고, 김 내정자는 자진사퇴는 불가이며, 여ㆍ야ㆍ청이 합의해 다른 후보를 가져오면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야권은 지명 철회가 없으면, 회동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 내정자가 얘기하는 여ㆍ야ㆍ청 합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청와대 측은 현 정국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 이번 주(12일 민중 총궐기 이전)라고 보고 야권 설득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막판까지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플랜B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병준 카드’를 버리고 야당 요구대로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실상 2선 후퇴의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4일 대국민담화 사과문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임총리 문제가 더 들어가고, 지명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유감의 뜻이 담기면 좋겠다 했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 왜 저게 빠졌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