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책임총리’ 큰 틀 합의 이뤘지만…누가 맡나
뉴스종합| 2016-11-09 09:18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에 총리 후보 추천을 요청하며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주겠다”고 언급한 만큼 일단 헌정 사상 첫 책임총리 탄생의 모양새는 갖추게 됐다. 관건은 실질적으로 책임총리를 수행할 만한 인물을 찾는 일이다.

비록 엿새에 불과한 내정자였지만 ‘김병준 카드’를 통해 차리 총리의 자질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는 물론 여야 모두 김 내정자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풍부한 행정 경험과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중립적인 정치적 성향을 갖췄단 점에선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개인적 흠결 역시 부각되지 않았다. 책임총리 후보 자격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긴 셈이다.

일단 ‘여소야대’ 국회에서 주도권은 야권이 잡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 대통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의 활동 반경은 제한적이다.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야권에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은 차기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변수가 추가되는 것이다. 여기에 김 전 대표는 강력한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국정 수습과 함께 개헌 정국으로 방향타를 틀 경우 대선 판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요소다.

풍부한 국정경험의 측면에서는 전직 총리나 경제부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안정적으로 경제와 민생 그리고 안보까지 챙길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책임총리에 근접했었단 점에서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총리직에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런가하면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 경제 콘트롤타워에 방점을 둔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이들 후보군은 국정 공백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책임총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관리형 총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총리 후보를 놓고 여야 혹은 야권 내에서 갈등이 커질 경우 자칫 ‘최선의 후보’가 아닌 모두가 싫어하지는 않을 ‘무난한 후보’가 추천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국회로 향할 경우 이를 모면하고자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셈이다. 전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대통령이 던진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총리 추천 논의에 거리를 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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