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혼란의 美 실리콘밸리…국내 스타트업 진출 빨간불?
뉴스종합| 2016-11-10 11:17
전통산업 회귀·이민자 억제정책

IT서비스·콘텐츠 분야 위축 우려


미국 주요 정보통신(IT) 기업들에 날을 세웠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IT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혼란에 빠졌다. 국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에도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부와 정보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전통산업 회귀 기조와 이민자 억제 정책이 실리콘밸리의 해외 인력 유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 출신이어서 해외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축소 등을 주장해 온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실리콘밸리의 인재 영입 정책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다양성ㆍ개방성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오바마 정부가 해외 기업인의 체류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행정 명령을 트럼프가 철회할 가능성도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온 미래창조과학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센터가 2년여 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공들여 온 성과가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월 23일 선전 해상세계에서 개최된 ‘2016 Maker Faire in Shenshen’ 박람회 및 상담회에서 경기도내 15개사 스타트업 참가자들이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그 동안 창조경제센터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담 대기업을 통해 센터 육성기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도 했다. 혁신센터의 지원을 토대로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서 창업한 국내 스타트업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2곳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가 한ㆍ미 FTA (자유무역협정)를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FTA 재협상 시 방송통신분야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조업 등 분야에서의 통상 압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 수 있으나, IT 서비스ㆍ콘텐츠 분야에서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넷플릭스 같은 미국 콘텐츠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에 불리한 장벽에 대한 철회 요구가 거세질 수 있고, 구글과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 분야에서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유료방송 대부분이 이미 상당히 개방된 상황이다. 다만 방송 플랫폼 쪽은 아직은 소유ㆍ겸영 규제가 있고 이 부분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팀장은 “방송 플랫폼 쪽에서 (미국의)개방 요구가 나올 수 있고, 우리가 미국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었던 보이지 않은 장벽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관계 부처도 트럼프 당선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한미 FTA 재협상 시나리오에 따른 방송통신분야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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