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비주류’의 반란, 국내서도 일어날까
뉴스종합| 2016-11-10 11:25
9일 도널드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의 선택은 기득권과 기성정치에 대한 소외층의 분노와 정치엘리트가 아닌 비주류 후보의 당선, 아무도 예상못한 ‘이변’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현상’이 1년여를 앞둔 국내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트럼프와 같은 자질, 경력, 쇼맨십을 가진 후보가 한국에도 등장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담아낸다면 국내 대선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 연구원장은 “트럼프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획기적인 변화에 대한 대중적인 욕구가 나타난 것”이라며 “미국 트럼프 당선이 최근의 국내 정국상황과 맞물려 이러한 요구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특히 백인 남성 중하소득층에서 트럼프 현상을 이끌었다. 부의 양극화와 소득 격차에 대한 분노와 소외감이 이 계층에서 폭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사태 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1%대까지 하락한 20대와 30대의 분노와 상실감이 향후 대선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원장은 “분노가 극에 달한 2030을 비롯해 박대통령 지지율이 0%에 이른 호남, 민심이 들썩이는 대구ㆍ경북 등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전 세대와 계층에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현상’이 국내에 본격화되면 현재 정치권 안에서 드러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주자, 비주류 후보가 선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현재 지지도 상위권의 유력 차기 대권 후보도 리더십의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라는 게 최 원장의 관측이다.

그러나 ‘트럼프 현상’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준한 교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반발심리에 바탕해 비주류 후보가 등장하고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사례가 국내 정치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특수성과 결합한 트럼프 현상이 한국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내리라고 예단해선 안된다”고 했다.

‘극단의 선동정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는 “국내에서도 민중의 분노에 영합한 포퓰리스트의 선동정치가 활개칠 가능성이 있다”며 “강경파가 주도해 중간지대가 사라지면 극단의 선동정치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정국의 불안정성과 법치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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