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의 판도라 상자?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최순실ㆍ최순득 씨 자매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비타민제 등 각종 약물을 대리처방을 받아갔다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차병원 그룹의 초호화 건강검진센타 ‘차움’이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차움의원으로 혈액을 보내 최 씨의 이름을 빌려 검사를 받은 것이 사실로 확인됐고 차움의원 출신인 대통령의 자문의 김상만(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씨는 최순득 씨 이름으로 비타민 주사제를 처방해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에게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차움 이미지.] |
앞서 보건복지부는 15일 “강남구 보건소가 차움의원의 최씨 자매 진료 의사와 간호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 차움의원 의사 김상만 씨가 대리처방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김 씨의 진술만으로는 모든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수사당국에 대리처방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했다.
강남구 보건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순실과 최순득 자매의 진료기록부에는 박 대통령 취임 전에는 ‘박대표’, ‘대표님’으로, 취임 이후에는 ‘청’, ‘안가’(검사)라고 기록되어 있음이 드러났고 처방된 약물을 직접 김상만 씨가 청와대로 가져갔고 정맥주사인 경우에는 간호장교가 주사를 놓고 피하주사는 김 씨가 직접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박 대통령의 혈액은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검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최순실 씨 처방 내역 가운데 같은 약물이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양보다 2∼3배 많게 처방된 사례가 2012년과 2013년 총 21회 발견됐으나 해당 약물을 모두 최 씨에게 직접 사용했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박 대통령이 ‘차움’이 운영하는 호화 피트니스센터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무료로 이 시설을 이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길라임’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차움’은 병원과 헬스클럽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의 가격이 1억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방문할 때는 안봉근 비서관이 항상 같이왔고 최순실 씨도 절반 이상은 같이 방문했으며 차병원그룹의 회장이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통령이 돈을 내지 않고 차움의 각종 시설을 이용했다면 뇌물에 해당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차움’ 측은 “박 대통령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가명으로 이용한 건 맞지만 그 이후에는 실명으로 기록하는 것이 맞다고봐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들어 차병원이 급속한 성장을 한 배경이 이처럼 박 대통령이 취임전과 후에까지 이어진‘깊은 인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반응이다.
차병원은 실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후 다양한 경로로 급성장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간에서 받는 특혜의혹은 ▷2016년 1월 차병원그룹이 운영하는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6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받은 점 ▷5월과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과 중국 방문때 차병원이 경제사절단으로 뽑혀 동행한 점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배아연구에 관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점 ▷차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192억5000만원의 국고지원금을 받은 점 등이다.
한편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제약ㆍ의료기기ㆍ화장품ㆍ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업, 해외 진출 의료기관에 투자하는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올해 1월 출범시켰고 펀드 운용사로 KB금융지주 계열의 KB인베스트먼트와 차병원그룹 계열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이하 솔리더스) 등 2곳을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솔리더스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차바이오텍이 지배하는 벤처투자회사로, 2011년 설립된 자본금 80억원의 소규모 회사다.
해당 펀드는 복지부가 지난해 4월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명목으로 ‘한국의료글로벌펀드’(500억원 규모)를 조성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진 펀드로 굳이 정책목표가 겹치는 펀드를 또 만든 이유도 불분명하고 투자 과정에서 솔리더스가 차바이오텍 등 차병원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의료 관련 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복지부가 애초 차병원그룹을 염두에 두고 펀드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7월 복지부가 이례적으로 펀드 운용사 선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해외 투자기관과 협력 네트워크’ 등을 들었다”며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미국 진출에 성공한 차병원그룹을 우대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차병원그룹이 최순실 씨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박근혜 정부에서 혜택을 누려왔다는 의심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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