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현장에서] 판 커지는 이우환 위작 논란
라이프| 2016-11-16 11:28
“틀림없는 내 그림이다.”

지난 5월과 7월, 검찰이 압수한 그림 위조단의 그림을 보고 이우환 화백이 한 말이다. 이 말 뒤에는 “내 새끼를 내가 몰라보겠느냐”는 뜻이 담겨있다. 위작 시비가 일 때마다 유행이 되는 이 말은 사실 헤겔의 ‘법철학’에서 나왔다. 작품은 작가의 영혼, 정신과 하나라고 본 것이다.

이우환 화백의 그림 위조단 3명이 지난 15일 또 검거됐다. 이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선으로부터’ 등 위작 40점이 유통됐다. 앞선 위조단의 그림까지 합하면 이 둘에서 밝혀진 가짜 그림만 90점이다. 시가로 200~450억원대이다.

이번에 검거된 가짜 화가는 유통업자로부터 3억원가량을 받고 넘겼고, 이 그림들은 인사동 한 화랑에 29억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많게는 10배씩 받고 가짜 그림들을 팔아 넘긴 것이다.

이 화백의 그림에 위작이 많이 나도는 건 여느 작가 보다 작품 수가 많은 데 있다.한창 때는 한 달에 30,40점 씩 쏟아내, 미술계는 그의 작품이 1000여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화백이 전속 화랑하고만 거래를 해왔는데, 감정이나 도록화 등의 작업을 하지 않아 ‘자식’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단색화 열풍 속에 이 화백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도 위작 유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작품 수요가 많다 보니 가짜 그림도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 화백의 작품은 점과 선의 연속이라는 철학적 명제보다 단순함 때문에 위조하기쉽게 보인다. 그러나 그림은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의 모든 물리적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분 분석을 해보면 금세 탄로가 난다.

위작의 문제는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데 있다. 위작 시비가 나기 전만해도 이 화백의 그림을 사려고 하면, 10여점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작 논란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작품을 내놓는 이들이 없다. 그림을 팔려면 감정을 받아야 하는데 위작으로 판정날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지난 달, 위작을 없애겠다며, ‘미술품 유통법’ 제정을 발표했다. 일정대로라면 내년초까지 입법화해 내년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지금 ‘최순실 게이트’로 보면, 이는 난망해 보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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