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 ‘면세점 의혹’ 답답
“거액 로비했다면 왜 떨어졌나”
한화도 김회장관련 입장자료
“승마협회 왜 넘겼겠나” 토로
잇단 압수수색·소환 등 수난
최씨와 무관 적극적 해명
‘최순실 게이트’로 총수 소환ㆍ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순실 일가와 그 주변인물들의 국정농단이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뉴스로 터져나오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기업들 역시 그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기기만 해도 여론의 비난을 받는 일이 예사가 됐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침묵이 금’이라는 기존의 대응 방침에서 최 씨와 무관하다는 점을 적극 알리며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4일 검찰은 롯데ㆍSK그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과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의 관련성을 수사하기 위해 두 기업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롯데와 SK 양측은 수십억을 들여 로비를 했다면 지난해 7월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겠느냐며 적극 반론을 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로비의혹이 사실이라면 20~30년을 투자해 온 롯데와 SK가 떨어진 이유와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두산과 한화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이유를 되묻고 싶다”며 “5년전만 해도 수익이 안나 한진과 같은 회사들도 다 손들고 나간 상황에서 시장을 만들어 온 우리로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SK도 작년 면세점 탈락을 근거로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K스포츠 재단 추가지원 자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워커힐 면세점 관계자는 “K스포츠 재단에 추가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독대후 되레 SK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면세점 정책이 바뀐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SK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감점 규정이 삭제되며 되레 사업자 선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워커힐 면세점은 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4년 김승연 회장의 배임혐의 파기환송심에서 석방을 위해 최씨에게 민원을 요청했다는 일부 주장에 입장자료까지 내며 적극 대응했다. 앞서 한국형 전투기(KFX)에 장착될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적극적 대응이 이뤄졌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 석방 이후 승마협회를 삼성에 넘겼는데, 사면까지 고려했다면 최 씨와 연결고리를 이어갈 수 있는 협회를 순순히 넘겼겠느냐”며 방어 논리를 폈다.
삼성그룹 역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소유한 비덱스포츠에 43억원을 추가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 “43억원은 승마협회 회장사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돕기위해 삼성전자 독일법인에 보내 말 세필을 구입한 것”이라며 “이는 모두 삼성 자산이며 지난 7월 말 말을 모두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최순실 게이트’ 적극 대응은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무관치 않다.
다수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7대 그룹 총수들을 불러 독대하며 대가성 거래를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실제 해당 기업들이 그에 상응하는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 등 비선실세를 향한 분노가 재계로 전이되는 양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정황만으로 기업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 정범으로 인식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돈으로 특혜를 받은 기업이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현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지금, 재계까지 도매금으로 ‘악덕기업’이라는 매도를 당해선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이정환ㆍ유재훈 기자 /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