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오바마 ‘햇볕’→트럼프 ‘강풍’…카스트로 사후 美-쿠바 ‘파국’
뉴스종합| 2016-11-28 11:40
‘공산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잃은 쿠바는 지금 안팎으로 두 개의 시대가 충돌하고 있다. 안으로는 혁명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나이 든 세대와 자유ㆍ경제성장을 갈망하는 갈망하는 젊은 세대가 공존한다. 또 밖으로는 온건 노선으로 쿠바 개혁개방을 유도해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 치세가 끝나고 강경 노선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향후 쿠바의 노정을 좌우할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대(對) 쿠바 정책의 방향 변화를 암시했다. 그는 “미국과 쿠바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지금처럼) 일방적인 거래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쿠바가 취해야할 조치로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억압 중단 등을 거론하며, 민주사회로의 이행을 촉구했다.

쿠바계 출신인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미국 상원의원 역시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쿠바 정책 1순위는 미국이 그간 양보한 것을 철회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쿠바 정책) 첫 번째 목표는 미국의 이익을 모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민주적 질서에 따라 정권이 이양될 수 있는 환경이 창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타계한 후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쿠바인들이 번영과 자유를 향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9월 대선 유세 중에는 종교ㆍ정치적 자유 보장, 정치범 석방 등 특정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단교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는 쿠바와의 관계복원을 추진해온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4년 12월 쿠바와 관계복원을 선언한 이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열고 라울 카스트로(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잇따라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햇볕정책’으로 쿠바의 민간영역을 강화시키고 시장주의를 불어넣으면 정치에도 영향을 미쳐 독재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 쿠바는 라울 의장 집권 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는 2011년 이후 군사적 통제를 완화해왔고 경제자유화 움직임을 펼쳤다. 공산당 일당독재는 여전하지만, 수백만대의 휴대폰이 민간에 보급돼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던 상황이 해소됐고, USB 등 휴대용 메모리를 통해 TV쇼 등 외국 문물이 유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미 강경파였던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으로 라울 의장의 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쿠바 내 반(反) 개혁세력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트럼프의 강경정책으로 인해 개혁파와 반대파 간 권력투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의 쿠바 전문가 아르투로 로페스 레비는 “카스트로 전 의장이 없다고 해서 쿠바 민족주의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쿠바 민족주의는 쿠바 정치에서 주요한 행위자로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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