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토기에 그린 4000년전의 추상, 현대에도 ‘생생’…中고문물특별전
라이프| 2016-11-28 15:11
학고재갤러리 본관, 중국 고문물특별전 ‘함영저화’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삼발이 토기가 아니었다면, 현대 공예가의 작품으로 알았을 법 하다. 홍색ㆍ백색ㆍ황색의 단순한 도안은 현대 추상화를 보는 듯 하다. 간결하면서도 조화롭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신석기시대 하가점문화 채색 삼족 도격’을 보면 4000년전 인류의 심미안이 현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닿게 된다. 역사는 ‘순환’이며 창조란 ‘복제’의 다른 모습이라는 명제가 절로 떠오른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대까지 장장 6000년의 중국 문물과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함영저화(含英咀華):중국고문물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도자기 33점, 옥 제품 28점, 금속 제품 13점, 문방구 및 기타 공예품 57점 등 총 131점이 각 시대별로 선보인다. 35년간 대만에서 중국 고문물을 탐구한 박외종 학고재 고문이 대만 컬렉터 등 10여 명에게 대여해 온 소장품들이다. 
신석기시대 홍산문화(5000~4000BCE) 옥인수패, Face-Shaped Jade Pendant from Hongshan Culture, Neolithic Period, H2.5 W4.7.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옛것을 배우고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학고창신(學古創新)’에서 이름을 딴 학고재는 2010년 이래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전시를 기획해 왔다. 이번 ‘함영저화’전은 2010년 ‘장왕고래’와 2015년 ‘추사와 우성’전 이후 세번째 기획전시다. 과거 두 번의 전시가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살폈다면, 이번엔 과거만 살펴본다. 상업갤러리에서 중국 고미술 전시가 열린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고재 갤러리는 “전통에 깊이 들어가본 사람만이 전통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며 “백화제방한 봄날의 정원 같은 중국 고문물의 숲 속에서 꽃봉오리를 입에 물고 꿀샘에 고여있는 꿀맛까지 보자는 의미로 ‘함영저화’로 전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원(13~14C) 청화백자 신화고사 필산, Blue and White Porcelain Seven Mountains Brush Rest, Yuan Dynasty, H9.5 W20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은 6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홍산문화 옥인수패’다. 신석기시대 사용했던 옥패로 크기는 어른 손가락 두마디 정도에, 사람의 얼굴 형상이 정교하게 조각 돼 있다.

가장 비싼 작품은 ‘원(13~14C) 청화백자 신화고사 필산’이다. 7개의 산봉우리 앞에서 용과 싸우는 검사를 도자기로 빚었다. 사용한 붓을 내려 놓는 거치대로, 같은 도상이 없어 그 희귀성이 더 크다. 추정가는 약 6억원이다.
신석기시대 하가점문화 (2000~1600BCE) 채색 삼족 도격, Painted Three Legged Pottery from Xiajiadian Culture, Neolithic Period, H26 W17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뿐만아니라 옛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방사보인 ‘벼루’도 선보인다. 단계석, 흡주석, 증니, 송화강석 등 최고품으로 꼽히는 벼루가 나왔다. 청나라 건륭황제때 어제용으로 제작된 송화강석 벼루인 ‘청건륭 송화강석 어옹도연명’은 폭이 6.8센치에 불과하다. 직위가 높을 수록 크고 좋은 벼루를 썼던 당시 풍습으로 미루어 볼 때, 황제벼루인데도 크기가 작은 것이 의외다. 박외종 고문은 “눈으로 보는 벼루이자 마음으로 가는 벼루”라고 설명했다.
청건륭 (18C) 송화강석 어옹도연 (건륭년제명), 함H9.2 W6.8 D1.5, 벼루H8.7 W6.1 D0.8.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대만 고궁박물원을 가지 않고도 국내서 귀한 문물을 감상할 기회”라는 학고재 갤러리 관계자의 말 처럼 중국의 옛 문물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수 있어, 마치 대만 고궁박물원이나 중국 유수의 박물관 전시를 축소한 듯 하다. 전시는 내달 2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