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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年농정’미래와의 대화…첫삽 뜬 행정개혁가
뉴스종합| 2016-12-02 11:10
-공공기관 최장수 CEO등 진기록 보유…미래 성장동력 ‘골든시드 프로젝트’ 등 지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신뢰농정’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누가 뭐래도 농정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이자 행정가다. 40년 공직을 오롯이 한우물만 파왔다. 사무관(행시 21회)을 시작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요직을 두루 거쳐 차관직에 올랐고, 이어 공기업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옮겨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9월 친정 농식품부로 돌아와 장관에 발탁됐다. 공기업 사장으로 3년 임기에 1년씩 두차례 연임에 성공,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래 최초로 연임 기관장이자 최장수 CEO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에게 능력 못지않게 관운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다.

김 장관은 농식품부 장관 취임을 전후로 ‘정치적 파문’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특유의 ‘파고들기’ 업무 스타일로 정책일선을 누비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전역으로 번지자 방역당국의 총책임자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김 장관을 1일 세종청사 농식품부 장관 집무실에서 어렵사리 만나 소감과 농정철학, 주요 과제, 그리고 희망과 꿈을 담은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농업은 ‘백년대계’ 필요한 국가 기간산업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농정 최고 책임자로서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40년간 농업ㆍ농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농업인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고 우리 농촌에 대한 비전이 밝지 않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농업ㆍ농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농업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는데 모든 것을 쏟겠습니다.”

평소 농업ㆍ농촌은 산업ㆍ공간ㆍ사람이 융합돼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생태공간으로서 쉼터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김 장관이다. 그는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농업과 농촌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불러오겠다면서도 농업이 100년 대계가 필요한 국가 기간산업인만큼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I 확산 차단 全국민적 협조 절실” 재강조

고병원성 AI발생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례행사로 고착화하고 있는 AI 방역당국의 최고 책임자로서 김 장관은 방역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도 축산인들과 특히 국민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총 26건의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돼 19건이 확진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3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 방역 취약요소 관리 등 긴급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살처분 가축 이동식 처리장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살처분 가축을 매몰처리하지 않고 퇴비화해 가축매몰지 조성을 점차 줄일 방침입니다. 살처분 가축 처리장비는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한 곳으로 이동해 감염된 가축을 섭씨 170도 이상에서 8시간 이상 소각한 뒤 분쇄·건조하죠. 처리용량은 한번에 7000㎏이며 하루 두 차례 가동하다보니 한우나 돼지는 1회에 10∼20마리, 닭이나 오리는 2000마리 정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체를 처리한 잔재물은 퇴비생산업체나 농가 퇴비사를 거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농업시장 포화상태…수출로 공급과잉 해소

김 장관은 aT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독 농식품 수출을 위해 해외 인프라 구축 등에 관심을 보인 결과 성과도 크게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농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수출농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내에서 빚어지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 구조적인 한계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실제로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경기침체, 글로벌 경쟁 가속화 등 대내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선 농산물 수출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 수출은 지난 10월 기준 작년 동기대비 4.5% 증가하면서 지난해 이후 뒷걸음질 치는 국가 수출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ㆍ홍콩ㆍ일본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동ㆍ아프리카ㆍ동남아 지역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시장을 열어갈 것이며, 유망상품 발굴ㆍ개발, 검역애로 해소, 적극적인 홍보 등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수출 유망 프리미엄 상품(할랄 홍삼 등) 발굴해 상품화하고, 통관과 검역애로 해소, 물류 지원, 미디어 마케팅, 현지 유통망과 연계한 수출지원 등을 통해 수출 전단계를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농식품 수출과 관련, 김 장관의 생각은 좀 더 거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말까지 농업은 물론 기계, 통신 등 기타 분야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농업 수출 산업화’라는 정책 구상을 구체화할 기획이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는 최종 산물인 상품을 비롯해, 그 생산 과정에 연관된 전후방 시스템 전반을 농식품 수출 정책의 대상으로 아우르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종자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미래 성장동력

종자산업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이자 수출 전략품목으로 부상하면서 국가간에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도 최근 전북 김제에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준공하면서 본격적인 종자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세계 종자시장은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급성장했다. 2002년에 247억달러이던 것이 2012년에는 450억달러로 커졌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수입종자를 대체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골든시드프로젝트(GSP)를 2013년부터 추진해 신품종 200개 개발, 수출 1791만달러, 수입대체 129억원 성과를 냈다. 하지만 협소한 국내 종자시장(세계시장의 1.1%인 4억달러), 낮은 글로벌 작물 종자 자급률 영세한 기업구조로 인한 R&D 역량 미흡 등은 한계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종자업 등록업체1699개중 10인 이상 종자업체는 2%인 31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종자산업 육성에 대한 김 장관의 관심은 각별하다. “우리 종자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종자업체 등 민간부문의 성장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R&D 뿐만 아니라 인프라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은 기업과 시장 중심으로 연구기획ㆍ과제관리를 실시해 그동안의 품종개발 결과가 수출 등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종자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첨단기술, 수출 컨설팅을 집중 실시하는 쪽으로 민간부문의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귀농·귀촌 50만시대…패러다임 전환 기회되길

김 장관은 도시의 성공 노하우가 농촌과 접목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시민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농촌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귀농ㆍ귀촌은 도시민들과 농촌이 같이하는 협업의 한 형태로 보고 있으며, 여기에 맞춰 정부도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 귀농ㆍ귀촌 실태조사 결과 농업의 비전과 발전가능성에 희망을 발견하고 귀농한 가구가 19.1%에 달하는 등 농업ㆍ농촌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ㆍ통신의 발달로 4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소위 ‘4도 3촌 생활’을 하는 도시민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가운 것은 감소 추세였던 농촌인구가 최근 귀농ㆍ귀촌 인구 50만 시대를 맞아 증가세로 전환 추세라는 겁니다.”

정부는 그간 관심-실행-정착 등 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통해 귀농ㆍ귀촌인이 농촌 이주 초기에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다. 지난 21일 발표된 종합계획은 그간의 도시민의 농촌 유치 등 양적확대 정책에서 청년층의 농촌 유입과 귀농ㆍ귀촌인의 안정 정착을 지원하는 등 질적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존적 자세 탈피…주체의식 갖고 문제 해결해야

우리 농업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주곡자급이라는 성과를 이룩했으나 생산증대 및 대외개방 등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농업이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김 장관은 ‘신뢰농정’을 강조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예측가능하고 원칙에 입각한 농정으로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공허한 이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 실정에 알맞는 ‘한국형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장관은 끝으로 농업인들도 의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인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당부했다.

정리=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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