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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남기로 한 사람들 고립·만남 의미 이어가다
라이프| 2016-12-02 11:20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하늘에서 회색눈이 끝없이 쏟아지더니 아예 시커매진다. 지구는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다. 재난의 끝에 최후의 날이 온다고 한다. 마지막 날이 가까워지자 거의 모든 사람들은 행렬을 이뤄 도시를 떠난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장은진의 소설 ‘날짜 없음’(민음사)은 재난으로부터의 탈출의 서사가 아니라 재난 속 남기로 한 종말소설이다. 



사람들이 떠난 텅빈 도시 한켠에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회색도시에서 유일하게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행렬을 따라가지 않고 남기로 약속한 연인이 있다. 그들은 막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아직 해 보지 않은 것, 나누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떠나지 않은 그들은 얼마나 버틸 수 알 수 없지만 남거나 떠나거나 마찬가지다. 보장된 미래는 없기때문이다. ‘미래 없음’과 ‘확신 없음’사이에서 그들은 떠날 이유가 없음을 선택한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도시에 얼마남지 않은 이웃들이 방문한다. 끊임없이 내리는 유독한 눈에 부자가 된 우산 장수, 재난에도 우울해하지 않는 당돌한 고등학생, 그리고 남자의 옛애인까지 고립돼 홀로 남은 자들의 만남이 이뤄진다.

줄곧 외롭고 고독한 혼자인 이들을 주목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고립과 만남의 의미를 이어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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