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시행령에서 공공기관의 장이 공직자 등에게 매년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서약서 관련 규정을 삭제하라고 국민권익위원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한모 씨외 2명가 “청탁금지법에서 매년 서약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공직자 등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낸 진정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령 준수 서약서가 단지 청탁금지법을 준수하겠다는 확인 서약일 뿐이고 청탁금지법령상 서약서를 받을 의무는 공공기관의 장에게만 부과됐다”며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법령 준수 서약이 강제 되지 않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청탁금지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장이 직무상 명령으로 매년 공직자 등에게 서약서 제출을 요구 할 것이고,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의 자체 징계 규정 등에 따라 직무상 명령 불복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있어 결국 공직자 등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서약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했다.
양심의 자유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내면적 확신 뿐만 아니라, 양심을 언어로 표명하지 않을 자유 즉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는게 인권위의 설명 시민에게 부과하는 준법 의무의 이행여부는 개인의 행위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부정청탁 등 위반 행위를 하였을 경우 법에 따라 제재할 수 있음에도 개인의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청탁금지법령 적용 대상이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광범위해서 서약서 제출 의무가 부과되는 대상이 과도하게 많은 점 등,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공직 사회 및 공적 성격이 강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영역(교육, 언론 등)에서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지속적인 교육이나 홍보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받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한편, 청탁금지법 제19조 제1항은 법령 준수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법 시행령 제42조 제3항에서 서약서를 매년 받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대통령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강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법률우위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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