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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강내약’ 대학가①] 밖에선 ‘민주주의 세우자’…안에선 ‘총학선거 잡음’
뉴스종합| 2016-12-05 10:01
- 특정 후보 지지ㆍ투표인 명부 조작 의혹 등 제기

- 부정선거 의혹에 보궐 선거 실시하거나 법적 소송까지

- 총학생회 역할 갈수록 축소돼 학생들의 관심도 덩달아 줄어들어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서 대학생들의 역할이 조명받는 가운데 최근 일부 대학교에서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에서 부정선거 의혹 등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본관 점거 투쟁과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동맹휴업으로 학교 밖에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캠퍼스 내에선 오히려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일부 대학들이 총학생회 선거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한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전날 한 공과대학 학생회 임원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한 글.]

우선 투표 이후 탈락한 측에서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대학교에서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시행된 2017학년도 제30대 조선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선 기호 2번 김신영·원동언 후보가 4731표(47.50%)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학교는 지난 24일 “사상 최초로 여성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며 공식적인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탈락한 기호 1번 측이 지난 23일 중앙선관위원회가 선거인명부를 조작했다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호 1번 박석인·유종민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의혹’을 제기하며 법적인 소송까지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선거과정에서 사회대학을 비롯한 일부 단과대학에서 재학생이 투표를 하러 갔다가 사고자 처리돼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조선대 선관위는 선거 일주일이 지나도록 ‘기호 2번 후보 당선 확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투표인보다 더 많은 수의 투표지가 개표된 사례도 있다. 청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4일 3팀의 후보자들이 출마한 가운데 50대 총학생회 선거를 실시했다. 개표 결과 기호 1번 ‘리부트’ 팀이 2번과 3번 후보자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개표 과정에서, 일부 단과대에서 투표인 수보다 많은 투표용지가 개표된 문제가 발생됐다. 오경근 청주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부정선거 의혹이 있을 수 있으니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1번 후보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선관위 역할을 무시하는 선거에서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날 직위를 내려놓고 선관위원들 대부분도 사퇴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내년 3월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한 상태다.

[사진=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개인적으로는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반면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집단의 역할을 비교적 축소됐다고 진단한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모임이 자유발언대를 진행하는 모습.]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된 곳도 있다. 한남대학교는 지난 17일 2017학년도 제59대 총학생회 선거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후보 지지 메시지 발송과 투표 독려, 외압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락한 기호1번 후보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선거 당일 오전 생명나노과학대학의 한 학과 사무실 전화번호로 “우리 과는 기호 2번을 뽑으라”는 문자메시지가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량으로 유포되고 공과대학 소속 학생이 학생들을 전원 집합시켜 기호2번 투표를 강요하고 투표여부에 대해 기록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학교 관계자는 “현재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법률자문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잡음을 두고 대학생들이 개인적으로는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반면,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집단의 역할이 비교적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세헌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더불어 취업 문제 등에 관심이 더 높아져 총학생회는 과거와 다르게 큰 역할을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학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개인적으로 나서서 한 차원이지 총학생회가 조직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라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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