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하고 세련된 외관 변신
젊고 똑똑해진 모습 재탄생
장애물 피해가며 차간 간격 유지
자동차 한 모델의 세대 변경을 위해 완전변경 작업을 거치기까지 상당한 인력, 자금,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풀체인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틀어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감안하면 취사선택이 불가피하다. 이에 완전변경된 신차를 타보면 전반적으로 개선작업을 거쳤더라도 특정 부분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30년간 국산 고급 준대형 세단 자리를 지켜온 그랜저는 6세대 들어서면서 젊고 똑똑해진 모습으로 재탄생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전 세대보다 확연히 낮아진 차체를 통해 역동적이고 날렵해진 모습으로 변신했고, 전면부와 후면부에도 상당한 변화를 줘 디자인면에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체험한 모델은 3.0 가솔린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이었다. 시트에 착석했을 때도 예상보다 착점이 낮아져 차속으로 몸이 더욱 깊이 들어가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착점이 낮다보니 헤드룸에도 보다 여유가 더 생겨 보다 아늑한 자세로 운전할 수 있었다.
신형 그랜저를 시승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제네시스에 준하는 첨단운전보조기능인 현대스마트센스패키지였다. 특히 제네시스에도 없는 주행 중 후방 모니터링 기능이 매우 편리했다. 이는 AVM(어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중 하나로 4대의 고화질 카메라가 전ㆍ후ㆍ측면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기능 상에서 구현된다.
버튼이 센터 콘솔에 있어 주행 중에도 쉽게 작동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주행 도중 후방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해상도가 주차 시 후방카메라 수준이라 눈에 잘 들어오고 특히 우측 사이드미러로 다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훤희 비춰 사이드미러를 힘들게 보지 않고도 중앙 화면 상으로 차선을 바꾸기 편리했다. 터널에 진입해도 후방 영상은 깨끗하게 보였다.
이와 함께 어드밴스드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과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을 같이 적용하자 사실상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운전이 가능해졌다. 시승 구간 곳곳에 도로 양측에서 공사 지역을 구분하는 막들이 둘러져 있었는데 스티어링 휠에 손만 대고 있어도 차는 거의 저절로 이들을 피해가며 속도와 차 간 간격을 유지했다. 일부 회전 구간에서도 다소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스티어링 휠이 차선을 따라 회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주행보조기능이 대폭 강화됐지만 이는 옵션 선택 사항이다. 현대스마트센스패키지∥는 160만원, 어라운드뷰모니터에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기능까지 더하면 120만원에 달한다. 신형 제네시스의 첨단 성능을 이용하려면 그 만큼의 지불을 해야 가능하다.
차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측면들도 일부 향상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브레이크 답력감(브레이크를 밟을 때 느껴지는 힘의 정도) 개선 등으로 제동성능을 높였고, 차체의 평균 강도를 34% 올리는 등 차체 구조 강성도 향상시켰다. 서스펜션도 이전보다 강화해 보다 승차감도 좋게 만들었다.
실제 시승 시 브레이크가 부드럽게 밟히며 원하는 제동거리 한에서 무난히 감속이 됐고, 차선을 바꾸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시트에 가해지는 불편함이 별로 없을 만큼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정숙성, 승차감, 제동능력 등이 획기적으로 올라갔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는 기존 그랜저가 갖고 있는 강점 수준과 비슷했다.
아쉬운 점은 기대했던 수준의 엔진 성능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3.0 가솔린 엔진 기준 5세대에 비해 신형 그랜저의 엔진성능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최고출력은 266ps로 같고 최대토크는 31.6㎏ㆍm에서 31.4㎏ㆍm로 되레 줄었다.
출시 전부터 마니아들로부터 지적됐던 돌출형 내비게이션도 실제로 보니 붕뜬 느낌이 들었다. 내비게이션 옆 아날로그 시계도 위치가 부자연스러웠다. 운전자보다 동승자에 더 가깝게 위치해 실제 운전 상에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올림픽대로,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을 거쳐 시승한 거리는 약 36㎞였고 연비는 10.2㎞/ℓ로 기록됐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