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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버티기’ 가시화 속 비박계, 탄핵 후 탈당 or 비대위 재창당 ‘고민’
뉴스종합| 2016-12-07 08:54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을 보면서 담담히 가겠다”고 ‘결사항전’의 뜻을 밝히면서,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 역시 신속한 진로 결정을 강요받는 모습이다. 친박(親박근혜)계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당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장기전’을 벌일 공산이 큰 가운데, 국회로 돌아올 민심의 화살을 피하려면 어떻게든 혁신의 면모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탈당이냐, 친박 축출이냐’. 잠시 멈췄던 고민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진=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열리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핵안 표결 이후 민심의 시선은 국회에 집중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즉시 하야’를 둘러싼 여-야, 친박-비박 간 정쟁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야권의 ‘탄핵안 가결 후 즉각 퇴진’ 주장을 일축하고 나서면서 친박계도 당권을 마냥 놓을 수만은 없게 됐다. 야권의 관련 공세를 막아내는 동시에,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친박계가 물러날 이유는 더욱 없다. ‘친박의 버티기’가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결국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은 비박계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아슬아슬하게 가결될 경우에는 ‘탈당’이 당연한 수순으로 점쳐진다. 이미 정계 일각에서는 ‘탄핵안이 210표 언저리에서만 가결돼도 친박계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탄핵 반대세력과 탄핵 찬성 및 변화추구 세력 중 누가 보수의 정통성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비박계가 중립성향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탄핵안이 230~250표 수준에서 ‘안정선’으로 가결되면 오는 21일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기다렸다가 반전을 모색할 수도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수립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거나, 당 대표 대행을 맡게 될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당초 선언한 당 해산 및 재창당을 추진하는 경우다. 이렇게 하면 소위 ‘진박(진실한 親박근혜)’ 그룹을 당 밖으로 축출하고,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건 친박세력을 껴안고 갈 수 있다. 당 혁신을 주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정치기반을 마련하는 ‘최선안(案)’이다.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회의 멤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안 표결 이후 새누리당은 바로 청산 절차 밟아야 한다고 본다”며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가게 한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전한 보수세력이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도록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탄핵안의 안정적 가결 이후에도 친박계가 재창당 및 2선 퇴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다면, 비박계가 대거 탈당해 새집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탄핵 열차에까지 동승한 이상 반복된 내홍과 그로 인한 국민적 지탄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비박계 내에서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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