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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수사 스타트] 박 대통령에 어떤 ‘뇌물죄’ 적용 가능할까
뉴스종합| 2016-12-07 10:01
-‘포괄적 뇌물죄’는 직무와 금품수수 직접적 대가관계 없어도 적용 가능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알선 뇌물수수’, ’제3자 뇌물제공죄 적용할 수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의 최대 난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 혹은 제3자뇌물제공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박 특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재단(미르ㆍK스포츠재단) 기금의 성질을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며 “(재단 기금에 대한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수사기록도 원점에서 다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기업들이 출연한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금의 성격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대가성’ 등을 밝혀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뇌물죄나 제3자 뇌물제공죄는 수뢰액이 1억원이 넘으면 가중 처벌돼 징역 10년이상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 현재 박 대통령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최대 형량이 5년)에 비해 형량이 훨씬 무겁다.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박 대통령에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기업들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 주는 게 경제발전, 관광산업 발전에 좋은 일이니 지원을 해 달라 했다”며 선의로 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에 대해선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지난 1996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기업 등에 돈을 받은 것과 관련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 대선지원금 등 정치자금이었고, 정치와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전두환·노태우 씨가 각각 2205억원과 262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경우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직무와 금품수수 사이에 전체적 대가 관계가 있으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

이명박 정부 당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비슷한 법리가 적용됐다. 조선사업을 하는 SLS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구속됐던 신 전 차관은 법원에서 SLS그룹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내 직무에 속하지 않고, 친분 관계에 따른 도움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 전 차관이 법률안을 심의하는 차관회의 참석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했다. 신 전 차관은 결국 ‘알선 뇌물 수수’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자금을 수수한 증거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미르나 K스포츠재단을 통한 뇌물 수수는 ‘제3자 뇌물제공죄’에 해당한다. 2002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SK텔레콤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를 선처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제3자 뇌물제공죄’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가장 최근 사례로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진 전 검사장은 넥슨에서 주식 매입 자금, 제네시스 자동차 리스 비용 등 9억여 원을 수수해 뇌물죄 혐의와 2010년 한진그룹 내사 종결 뒤 대한항공에게 처남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한 데 대해 제3자 뇌물제공죄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특검은 “대기업들이 돈을 내게 된 과정이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인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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