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기부 촛불’도 밝히자(下)①] 후원은 기본, 봉사까지 하는 만능 기부자들
뉴스종합| 2016-12-07 10:01
- 구룡포마을 아이들 오케스트라 만든 황보관현 씨

- 기부 이어 노인진료위한 요양병원 연 김진우 원장



[헤럴드경제=원호연ㆍ구민정 기자]흔히 기부나 후원이라고 하면 돈이나 선물과 같은 물질적 도움이 우선 떠오른다. 그러나 기부의 참뜻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활동이라고 본다면 물질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고 그 표현 방법은 반드시 물질일 필요는 없다. 후원은 물론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만능’ 기부자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있다. 

[사진설명=포항 구룡포마을 아동복지위원장인 황보관현(사진 맨 왼쪽) 씨는 부모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홀로 남는 아이들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마을 대게파티를 열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황보 씨.]

▶구룡포 마을의 ‘큰아버지’ 황보관현 아동복지위원장=과메기로 유명한 경남 포항시 구룡포마을의 황보관현(59)씨는 매일 동 트기 전 수산시장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를 거래하는 중매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구룡포마을 아동복지위원장이다.

2011년 구룡포마을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시범마을이 됐지만 바닷일하기도 바쁜 지역주민들에겐 ‘아동복지’란 개념자체가 생소했던 게 사실. 재단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동 후원 사업이나 멘토링 사업에 대한 관심도 참여도 저조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나서 아동복지위원회를 만들고 재단 일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 동참을 이끌어 낸 것이 황보 씨를 포함한 전ㆍ현직 청년회장들이었다.

다른 농어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구룡포 마을 역시 젋은 층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아이들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한때 초등학교만 4개나 될 정도로 아이들 천국이었지만 이제는 초ㆍ중ㆍ고교생 다 합쳐도 도시 학교 하나보다 학생 수가 적다.

많지도 않은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보 씨는 “아이들의 아버지는 고기 잡는다고 배타러 나가고 어머니들도 농사나 공장일로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지만 삼촌이나 이모 뻘 되는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올바르게 성장한다는게 위원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황보 씨가 생각해 낸 것이 방과후 아동자치회였다. 학교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이 모여 공부방도 운영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한다. 이 과정에서 황보 씨를 포함한 아동복지위원회가 선생님을 모셔오고 재정적 지원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동이 있으면 전기공사를 하는 회원이 직접 전기공사를 해주는 등 재능기부도 이뤄진다.

초록우산 구룡포마을이 처음 개소할 때 아동들이 가장 목말라했던 것이 바로 ’문화활동’, 특히 음악이었다. 선생님도 없고 악기도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위원회의 도움으로 생긴 단원 50여명 규모의 어엿한 오케스트라는 마을의 명물이 됐다. 지난 가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황보 씨는 “아이들이 대도시로 떠나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자신이 받은 것을 소중히 기억한다면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듯 언젠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김진우(왼쪽에서 네번째 백운요양병원 원장이 지난 6일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에 참석한 모습.]

▶“베푸는 게 내 정체성” 김진우 백운요양병원 병원장=32세 젊은 나이에 요양병원 원장이 됐고,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두 가지 큰 일을 동시에 해냈다. 김진우(32) 백운요양병원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6일 광주‘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해 1억 원 이상의 기부에 대한 약정을 맺었다. 예전부터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는 김 원장은 “종교는 없지만, 적어도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대학시절부터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들을 보며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계획했다. 김 원장은 “동신대학교 재학 시절 함께 지내던 선배들이 기부도 많이 하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걸 보고 나도 꼭 가입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만 32세의 어린 나이로 회원이 됐으나, 한 선배가 만 31세에 가입하는 바람에 아쉽게 ‘최연소’ 타이틀을 놓쳤다. 그래도 김 원장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고액 기부를 결심하고 실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과거 대학병원과 한방병원 등에서 한의사로 근무했다. “일이 고되고 힘든 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남에게 베풀 생각까지 했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제살을 깎아서 남을 주는 것도 아니고 부족하지 않은 선에서 여유가 생기면 남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남을 도와주고 주위 사람들 챙겨주는 게 내 정체성이고 버릴 수 없는 특성이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이 오는 13일 개원을 앞두고 있는 병원 과목을 요양병원으로 결정한 것 역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함이다. 김 원장은 “3년 전 할머니께서 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시는 사고를 당하셨는데 곁에 아무도 없어 결국 돌아가셨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한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떳떳한 일이 곁에서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분들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요양병원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의학적 재능을 선뜻 내놓는 것 역시 기분 좋은 기부활동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예전엔 고도비만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치료지원차 인당 200만원 상당의 무료진료를 해주기도 했다”며 “정말 살을 뺄 의지가 있는데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을 도와드린 건데 모두 다이어트에 성공하시고 이후에 정모를 해 그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환자를 위해 베풀 준비가 돼있는 김 원장의 목표는 본인 또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김 원장은 “내가 선배를 보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생각했듯, 후배들이 나를 보면서 ‘잘되면 기부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은 “죽기 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겠다는 꿈도 꼭 이루려고 한다”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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