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허위 계약으로 비자금 조성한 소방설비업체 적발
뉴스종합| 2016-12-09 06:23
-허위 하도급 계약서 작성해 25억원 횡령…건설사 로비에 사용

-돈 받은 건설사 간부들은 불법 하도급 알면서도 묵인

-경찰 “금품 수수한 다른 임직원 있는지 수사 계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소방설비 업체가 허위 계약서로 비자금을 조성해 건설사에 로비를 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건설사는 비자금을 받고 불법 하도급 공사까지 눈감아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노원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소방시설공사업체 현장소장 김모(54)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김 씨로부터 돈을 받고 불법 하도급을 눈감아준 혐의로 건설사 설비부장 정모(53) 씨 등 3명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로비를 대가로 불법 하도급일 해준 김 씨의 회사 대표 심모(71) 씨 등 1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소방전문회사 직원인 김 씨는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며 건설사 감독관인 정 씨 등에게 불법 하도급을 눈감아 달라며 6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건설사 간부들에게 제공된 로비 자금은 심 씨 등 설비업체들이 허위 하도급계약서를 쓰는 방법으로 만든 비자금이었다. 김 씨는 25억원 상당의 하도급 계약서를 쓰고 공사대금을 회사에서 받았다. 그러나 하도급 계약은 모두 거짓이었고, 김 씨는 심 씨 등에게 지급됐던 공사비 25억원 중 19억원을 다시 돌려받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정 씨 등 건설사 부장들은 김 씨로부터 명절과 휴가 골프 접대 명목으로 6억원 가까운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돈을 받는 대가로 심 씨 등이 불법 재하도급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그러나 로비를 통해 불법 재하도급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들의 범행도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소방회사의 금융계좌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끝에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김 씨 등 관련자 17명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 등 피의자들은 “허위 공사계약이 아니라 실제 집행된 계약”이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등 건설현장에서 갑의 횡포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 금품을 수수한 다른 건설업체 임직원이 있는지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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