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신학기 일괄 적용”→“의견수렴 뒤 결정”→“모든 가능성 열어놓겠다”→“1년간 유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추진 동력을 크게 상실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사실상 1년 유예 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현안보고를 마친 뒤 “오는 23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 후 이달 중으로 현장적용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문위의 야당 의원들은 오류투성이의 국정교과서를 폐기 결정을 내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이 부총리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정화의 유일한 추진 동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던 동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따라 교육계에선 1년 유예 시나리오를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으로 점치고 있다.
당초 교육부가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현장 적용안은 ▷국정과 검정교과서 혼용 ▷현장 적용 1년 연기 ▷시범학교 운영 등이었다. 모두 교육부 장관의 수정 고시를 통해 내년 3월 신학기에 적용 가능한 방법들이다. 다만 국검정 혼용 시, 과거 우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채택률 0%대에 그친 교학사의 전례처럼 현장에서 채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이라는 점, 1년 연기 후에는 새 정권이 들어서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국정교과서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정화 정책 대안은 모두 ‘폐기’ 쪽으로 수렴한다. 이 가운데 ‘1년 유예안’은 교육부의 국정화 방침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학계와 여론이 주장하는 전면 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른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교과서는 정권과 상관없는 교육 정책이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달라지는 변화는 없다.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매일 실국장회의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출구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앞서 이준식 부총리는 현장검토본 공개를 앞둔 지난달 25일 국회 교문위에서 “내년 3월부터 적용할지는 12월23일까지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고 지난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고 12월 중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정화 출구를 향해 조금씩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장검토본에 대한 국민 의견은 12일 0시 기준, 총 5060건이 올라왔다. 이 중 같은 사람이 같은 날, 동일 의견을 반복 제출한 내용을 1건으로 처리하면 총 1730건의 의견이 개진됐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인물 사진이나 명칭 등 명백한 오류 16건에 대해서만 최종본에 수정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12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열었지만 ‘무늬만 토론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