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검찰의 인사권 개혁이 먼저다
뉴스종합| 2016-12-14 11:04
“촛불 민심에 따르겠다.” 요즘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여느 때처럼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촛불민심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분노와 외침이 대통령 탄핵소추도 이끌어냈다. ‘질서 있는 퇴진‘을 기대했던 여권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은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청와대만 바라보던 검찰도 달라지고 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덩달아 국회의 힘도 세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한 것도 권력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증표이다.

어떤 이는 가히 혁명적 상황이라 흥분한다. 광장의 권력이 제도의 권력을 압도하는 것 자체가 혁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건 비정상적 국가를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지극히 온당한 주장이다. 범법자는 그가 대통령이라 해도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국가운영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 청문회나 검찰 조사를 통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일은 광장의 힘을 어떻게 제도로 착근시키는가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분노의 정치’에서 내려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건 정확한 지적이다.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일은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지 물어보는 데서 출발한다.

우선 대통령 측근비리나 국정농단이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동질적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가 이전 대통령의 측근비리와 성격상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통령제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구조적 문제의식과 해결노력이 없다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제 자체라기보단 한국 대통령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에 있다. 그 중심에 검찰이 있다. 검찰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나 국정개입을 사전에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공공연한 권력형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국가권력의 범법행위를 감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측근들 역시 검찰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의적인 권력행사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

민주주의가 법치를 근간으로 작동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시민적 통제를 확보하지 않고선 법치도 민주주의도 보장할 수 없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인사권의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날카롭게 지적했듯, 검찰이 권력의 수족으로 전락한 이유도 인사권을 청와대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권을 권력의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인사권의 독립은 보장해야 하겠지만, 검찰권력에 대한 국회의 통제, 더 나아가 시민적 통제 역시 확보해야 한다. 검찰의 인사권 독립과 시민적 통제방안에 대해서는 많은 구체적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검찰총장 직선제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그 자체적으로 정치화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리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의 자장에서 자유로운 공정한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능한 일이다.

15일부터 보름간 임시국회가 열린다. 많은 민생법안도 처리해야 하겠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뭔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 검찰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광장의 촛불에 정치권이 뭔가 해야 되지 않겠는가. 국민의 외침에 국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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