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반기문, 현 정부·유엔 후광없이 ‘자체 발광’ 할까
뉴스종합| 2016-12-21 11:21
강점
유엔사무총장 인지도·화려한 외교관 경력

약점
정치경험 적고 국내기반·뚜렷한 노선 없어

기회요인
국정농단 사태 따른 새로운 리더십 긍정적

위협요인
준비시간 촉박·젊은층 낮은 지지도 부정적


“박근혜 정부와 유엔(UN)의 후광효과 없이 스스로 발광체가 될 수 있느냐가 대선주자로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대권선언을 공식화한 후 국내 정치전문가들이 내린 종합적인 평가와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선주자로서의 반 총장의 경쟁력을 내부적인 강점(strenght)와 약점(weakness), 외부환경에서 기인하는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요인으로 분석하는 기업 평가 방법인 SWOT에 대입했다. 각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강점=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구축한 세계 지도자로서의 인지도와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이 반 총장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혔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능력과 경험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유엔 재임기간 동안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정쟁에 휩쓸리지 않은 새로운 인물로서의 기대감”과 “중도와 통합의 이미지”를 강점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외교ㆍ안보 분야에서의 신뢰감을 주면서도 국내 정치에 몸담지 않아 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겐 신선한 인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약점=신 교수는 “국내 정치 기반과 경험의 부재”를 최대 약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와 최 원장은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지지기반이 없다는 점을 대선 경쟁력의 마이너스 요소로 꼽았다. ‘중도ㆍ통합’이미지는 강점이지만 뚜렷한 이념ㆍ노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약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으면서도 임기말엔 유력한 여권 후보로서 거론돼 왔다. 소신과 의지, 계획을 분명하게 밝히기보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외교적 언사’에 익숙해 언론계로부터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기회 요인=신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빚은 국가 위기 사태가 오히려 반 총장엔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보수 여권의 유력주자가 부재하다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50~60대 연령층에서의 높은 지지도가 보수층 지지가 절실한 반 총장엔 긍정 요소라고 평가했다.

▶위협 요인=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 원장과 이 교수는 “반 총장에겐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물리적 위협 요소로 평가했다. 지지기반을 닦고 세를 확장하며 공약과 비전을 다듬어 제시하기엔 반 총장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라는 유력 대권주자가 존재하는 한편 새누리당 분당ㆍ제3지대 정계개편 등 정국의 예측불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반 총장이 돌발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까도 위협요소다. 신 교수는 “경쟁후보가 판을 흔들자고 마음먹고 검증하자 했을 때 반 총장의 대응 능력이 어느 정도 될 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반 총장의 유엔 재직 성과에 대한 일부 해외언론의 부정적인 평가도 대선 레이스에서 언제든지 쟁점이 될 수 있다. 2040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지지도가 낮은 것도 반 총장엔 불리한 요소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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