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슈퍼리치]트럼프는 ‘아이언맨’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
뉴스종합| 2016-12-24 09:26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편견(?) 어렸던 시선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양새입니다. 부동산을 가업으로 삼는 미국 ‘억만장자 2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실리콘 밸리 부호들의 관계를 보면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 당선인과 엘론 머스크 [출처=게티이미지]

특히 ‘실사판 아이언맨’ 별명을 가진 엘론 머스크(44)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겐 새 날개가 생긴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우주로켓 사업을 추진하는 그의 입지가 더 넓어질 가능성 때문이죠.

핵심은 공화당 지지자 피터 틸(49) 페이팔 공동창업자입니다. 자산 27억 달러를 소유한 이 억만장자는 민주당 지지자가 절대다수인 실리콘밸리에서 사실상 유일한 ‘트럼프 편’이었습니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10월엔 트럼프 캠프에 125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고, 각종 행사에서 트럼프를 지원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습니다.

지난 14일 뉴욕서 열린 ‘첨단 산업 리더들간의 미팅’에서 피터 틸(사진 맨 오른쪽)은 트럼프 바로 옆에 앉았다 [출처=게티이미지]

이제 틸은 차기 미국 정부 우주 산업을 좌우하는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 분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 20일 피터 틸이 미국 우주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틸은 민간 우주 개발업체와 가까운 인물들을 트럼프의 항공우주국(NASAㆍ나사) 인수팀에 합류시켰는데요. 상업우주비행연맹(CSF) 회장인 앨런 스턴(Alan Stern)도 그 중 한 명 입니다.

중요한 건 새로 임명될 이들 인사가 모두 머스크의 ‘우주사업’ 방식을 선호하고 있단 점입니다. 바로 기업-정부 파트너십 형태입니다.

실제 머스크와 나사의 협력관계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께,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이하 ISS)에 보낼 화물의 운송비를 절감을 고심 중이었습니다. 때마침 머스크도 우주항공산업을 민간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색중이었죠.

정부기관인 나사, 그리고 우주 개발을 꿈꾸던 민간인 ‘아이언맨’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저비용 로켓 제작을 표방하는 스페이스X가 출범한 배경입니다. 

스페이스X 로켓 ‘팰컨 9’

틸이 머스크의 강력한 후원자란 사실도 스페이스X에겐 호재입니다. 일찍이 틸은 자신이 운용하는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를 통해 2008년 스페이스 X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당시 일각에선 “틸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사지(死地)에서 구해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 피터 틸(사진 왼쪽)과 엘론 머스크 [출처=애딕티드투석세스]

이 뿐 아닙니다. 둘은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 페이팔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틸과 머스크는 이 회사 출신 부호들을 일컫는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입니다.

결국, 절친의 영향력 때문일까요. 당초 ‘친 트럼프’와 거리가 멀었던 머스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서 트럼프를 만난 뒤 “그는 아마도 (대통령 직에) 어울리는 사람 같다”며 입장을 선회합니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우주 프로젝트에서 민간과 정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밀월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은 또 있습니다. 그는 뉴욕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뒤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 블랙스톤의 최고경영자 스테판 슈워츠만(Stephen Schwarzman) 주도로 열린 ‘대통령의 전략과 정책 포럼’이라는 모임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이 포럼은 슈워츠만이 정부의 대기업 정책과 경제 운용 방향을 트럼프에게 조언하기 위해 만든 모임입니다.

전기차 모델3를 공개하는 엘론 머스크(44) 테슬라 CEO

머스크는 이 모임에 가입하며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또 하나의 사업에서도 활로를 찾게 됐습니다. 전기차입니다. 트럼프 정책자문단에 포함된 머스크가 테슬라를 위시한 전기차 기업의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이같은 전망은 시장의 분석과도 일치합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개인 자산 105억 달러를 쥔 머스크는 차기 행정부의 ‘태클(?)’ 없이 자신의 꿈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친구 피터 틸의 영향력도 없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확실한 건 실리콘 밸리의 IT억만장자들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트럼프와 계속 거리를 둘지, 아니면 손을 맞잡을 지 결정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단 점입니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은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았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