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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정부요청시 제외’ 논란...네이버 “실행된 적 없다”
뉴스종합| 2016-12-26 09:54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네이버ㆍ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가 특정 키워드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2년부터 ‘법령이나 행정ㆍ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논란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지난 23일 ‘법령이나 행정ㆍ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문구를 ‘법령에 의거해 행정ㆍ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정정했다. 이어 해명 자료를 내고 “실제로 행정ㆍ사법기관의 요청을 받아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포털 사이트 실검의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포털사들이 정부 당국의 요청은 아니더라도, 개인이나 기업의 민원에 따라 검색어에 ‘손을 댄’ 경우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 ‘실검 조작’ 음모론이 제기될 때마다 포털사들은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위적인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1~5월 자체 기준으로 포털에서 제외한 실검 키워드는 1408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9건 꼴로 제외 조치된 것이다. 

이 같은 ‘자체 기준’이 포털사의 자의대로 해석돼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네이버는 행정ㆍ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개인정보 ▷명예훼손 ▷성인ㆍ음란성, ▷불법ㆍ범죄ㆍ반사회성 ▷서비스품질 저해 ▷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면 관련 법률 및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조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의 필터링 기준도 ‘반사회성’ 조항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이 가운데 명예훼손, 반사회적 정보 등의 기준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정ㆍ재계와 연루된 스캔들이 터져도 명예훼손으로 간주되면 공론화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특정 키워드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판단해 실검 순위에서 뺄 것을 포털사에 요구할 수도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포털사들이 일정한 실검 제외 기준을 가질 수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의 존재 자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동시에 실검 제외 기준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검 제외 규정에서 미비한 조항을 곧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포털사들은 실검 규정 논란이 포털 콘텐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검 노출 외에도 뉴스 섹션의 편집 기준이나 키워드 입력시 뉴스가 뜨는 순서 등에 대해서도 공정성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포털사 한 관계자는 “포털 실검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뉴스 편집 등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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