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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뭣이 중헌디?”…시대 관통한 유행어 홍수
엔터테인먼트| 2016-12-28 11:27
‘기승전최순실’로 요약되는 2016년 사회 이슈처럼, 2016년 유행어는 ‘기승전 박근혜대통령’으로 정리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의 “~하지 말입니다”, MBC무한도전의 “히트다 히트” 등 각축을 벌였던 수많은 유행어는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이러려고~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에 조용히 자리를 내줘야했다. 이 어록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패러디를 양산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유행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최순실게이트 박근혜 “이러려고~”

▶박근혜 대통령 “이러려고~자괴감 들고 괴로워”
=올해 최고의 유행어는 단연 ‘최순실 국정 농단’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2차 대국민사과 담회에서 발언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다. 담화가 끝난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비롯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디로 확산됐다.

‘무한도전’ ‘런닝맨’ 등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등으로 시청자에게 쓴 웃음을 주었고, 네티즌들은 “내가 이러려고 길라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드라마 비밀의 화원 길라임), “이러려고 미사일 쏴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북한 김정은 위원장) 등 패러디를 쏟아냈다. 


영화 곡성 김환희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 “뭣이 중헌디?”
=영화가 만든 유행어도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상반기 687만명을 모으며 극장가를 평정한 ‘곡성’에서 주인공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김환희)의 대사로, 귀신에 빙의된 딸이 왜 다쳤냐고 묻는 아버지를 향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효진의 대사는 극을 미스터리로 끌고가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회자되면서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켰다. 핵심을 놓치고 있다, 혹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타박하는 “뭣이 중헌디?”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담고있기도 하다. 


‘태후’ 송중기 “~하지 말입니다”

▶가장 달콤한 ‘~다나까’
=이른바 ‘달달한’ 유행어는 드라마에서 나왔다. 의사와 군인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인 유시진(송중기) 대위가 말 끝마다 붙이던 “~하지 말입니다”는 안방극장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았다. 대표적 군대 말투인 ‘~다나까’는 유시진 대위의 입을 빌려 가장 딱딱한 말투에서 가장 달콤하고 섹시한 말투로 변했다. 정작 군대에서는 언어순화를 이유로 사용을 지양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선 한국 군인들의 공식 말투로 자리잡은 것이다. 


조세호 “모르는 데 어떻게 가요?”

▶프로불참러 “모르는 데 어떻게 가요?”
=올해 대한민국에선 새로운 직업이 하나 탄생했다. 바로 ‘프로불참러’로, 행사나 이벤트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방송인 조세호씨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가수 김흥국이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왔냐”고 묻자 조세호가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말한 것이 SNS등에서 다시 회자되며 화제를 모은 것이 시작이다. 영화, 드라마 제작발표회, 오프닝은 물론 행사에 “조세호씨, 오늘 파티에 왜 안 왔어요?” 등 그의 참석을 묻는 것이 유행을 탔다. 실제 참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놀리는 이 유행어는 조세호를 ‘불참의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다. 


리우 펜싱 박상영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자부심 “할 수 있다”
=국민의 심금을 울린 유행어는 지난 8월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니에루올림픽에서 나왔다. 펜싱 남자 에페 부문에 출전한 박상영이 ‘10-14’로 몰린 상황에서 역전을 기원하며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자한 다짐은 기적을 일으켰다. 마지막 47초동안 내리 5점을 얻은 박상영이 15-14로 역전승을 거둔 것. 국민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훈련해온 그의 금메달 스토리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예능분쟁조정위 “히트다 히트”

▶예능 최초 분쟁조정위원회 “히트다 히트”
=예능프로그램의 유행어는 MBC ‘무한도전’에서 나왔다. 누가 먼저 사용했느냐를 놓고 분쟁조정위원회까지 열린 유행어 “히트다 히트”는 하하가 자주 쓰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덕으로 하하가 CF까지 찍자 박명수가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무한도전에선 변호사를 출연시켜 소유권분쟁을 다룬 에피스드를 방영하기도 했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각종 예능과 라디오에서 ‘히트다 히트’를 먼저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원조 행방이 불투명해지자 분쟁 조정위원회는 “이 유행어의 저작권은 모두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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