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적색수배’요청 정유라…송환까지는 산넘어 산
뉴스종합| 2016-12-28 11:21
독일서 소송땐 1년이상 걸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0·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독일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 정 씨는 현지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버티기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 씨가 국내로 송환돼 조사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27일 경찰청에 “정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적색수배란 범죄용의자의 체포·송환을 위해 인터폴이 내리는 가장 강력한 국제수배 조치다. 대상은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나 조직폭력 사범, 50억원 이상 경제사범,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 사범이다. 정 씨의 경우 현재로서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 사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색수배를 내렸다해서 곧바로 현지 경찰이 정 씨를 체포해 한국으로 송환시키는 것은 아니다. 적색수배는 190개 인터폴 회원국 경찰에 정 씨를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려달라 요청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정 씨가 인터폴 회원국에서 검문을 받거나 경찰에 붙잡혔을 때 국내 강제소환 절차를 밟게 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기소중지, 지명수배, 여권무효화에 이어 적색수배 요청까지 가능한 법적조치를 다 내렸다는 상징적 의미로 봐야한다”고 했다. 독일 검찰이 특검과 공조해 최 씨 모녀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있는만큼, 정 씨가 빠른 시일 내 현지에서 검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독일 현지 경찰이 정 씨를 검거하더라도 정 씨의 국내 송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씨가 범죄인 인도 결정에 반발해 현지에서 소송을 낸다면 송환 과정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여 기간 동안 정 씨의 ‘국내 인도’가 정당한지를 가리는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정 씨가 최근 독일 현지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현지 소송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적색수배령이 내려졌지만 2년 넘게 송환 거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딸 유섬나 씨가 이와 같은 사례다. 정 씨의 경우 유 씨와 달리 현지 영주권이 없고 체류기간이 짧아 소송을 내더라도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정 씨가 독일 인접국으로 도피할 경우 국내 송환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적용돼 국경을 넘을 때 여권검사를 하지 않는다. 5조원 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조희팔 씨의 최측근 강태용 씨에게는 지난 2008년 중국 도피 직후 적색수배령이 내려졌지만, 7년간 도피 끝에야 지난해 중국에서 검거됐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기간 내 정 씨가 귀국하지 못한다면 검찰이 정 씨의 업무방해 등 혐의를 별건으로 접수받아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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