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CAE 도입 ‘4차 산업혁명’ 앞당긴다”
뉴스종합| 2017-01-02 05:34
제품납기 50%·불량 17% 단축…제조업계 도입 한창
생산원가 절감 핵심활동 부상…SW 국산화는 과제로




“컴퓨터응용공학(CAE) 도입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긴다”는 주장이 2017년 제조업계의 화두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는 컴퓨터 기반 모의 설계 및 해석(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제품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키는 것으로 산업현장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기술 등과 결합하면서 그 활용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 이런 도구와 결합되면서 CAE기술은 점점 더 고도화, 정밀화되면서 인공지능(AI)에 근접해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CAE 컨퍼런스 2016’.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빼곡히 참석, CAE에 대해 높아진 최근의 관심을 반영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제품납기율·불량률 감축 등 CAE 활용효과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과 기계산업진흥회의 집계로 2015년 45.1%, 13.3%였던 제조업 평균납기단축율과 평균불량감소율은 2016년 각각 49.6%, 17.1%로 향상됐다. 전년과 4.5%와 3.8%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는 현대차 LG전자 성우하이텍 삼진산업 세원금속 등 자동차·가전·기계·부품소재를 망라한 대-중소기업 47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CAE 활용 결과 지난해 47개 사의 평균매출액은 각 11억8000만원씩 늘어났다.

생기원 측은 “컴퓨터를 이용해 미리 성능을 예측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게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이제 시뮬레이션 없이는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요구사항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CAE가 이미 제조 대기업 설계사이클의 한 과정으로 들어와 있다. 중소기업들도 시뮬레이션 적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CAE는 제품의 기획/설계 및 제조단계에서 비용, 시간, 생산방법을 고려해 최적설계를 구현하는 기반기술이다. 시제품을 실물로 만들지 않고도 컴퓨터에서 시제품을 가상으로 만들어 상황별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강도·소음·진동·구조 등)을 예측하고 보완함에 따라 개발 및 설계기간, 관련 비용을 단축시켜준다.

시제품을 시험해보고 다시 고쳐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어준다. 원가절감의 핵심활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신제품의 경우 생산원가의 80%가 개발단계에서 결정된다.

CAE프로그램을 보급하는 한국알테어의 문성수 대표는 “예전에 CAD로 도면을 그린 뒤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CAE를 이용하면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비용을 절약한다”며 “평균 6년인 신차 개발기간을 3분의 1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도 CAE의 확산과 조기등판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갈수록 획일적 대량생산 제품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는 추세다. 고객들의 요구가 그만큼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형이 같은 제품이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사양과 기능, 색상, 디자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개발비용과 고객맞춤(customizing) 관련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경원테크 서광원 대표(한국유체기계학회 대외협력이사)는 “이제 CAE를 빼놓고는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을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게 됐다. 특히 자동차 LCD 플랜트 등 안과 관련한 실험량이 급격히 증대하는 산업에서 시장의 요구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CAE의 중요성을 더욱 크다”고 했다.

CAE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4년 기준 세계 3조6000억원, 국내는 이의 4.4%인 1600억원에 이른다. 2015년엔 각각 5조7600억원, 2140억원으로 성장했다. 
▶CAE시장 성장 추이

2013년 26억9200만달러, 2015년 31억3400만달러, 2020년 45억5500만달러

*자료=2016년 미국 CIMdata

문제는 CAE 소프트웨어의 낮은 국산화율과 전문인력 부재.

CAE 프로그램값은 2000만∼1억원대의 고가제품이 대부분이다. 외산 SW 비중이 무려 95%가 넘는다. 또 연구기관과대학내 인지도가 낮아 전문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앤시스코리아의 장천수 상무는 “예를 들어 1000명 수준의 대기업 연구센터에서 CAD 사용자는 70% 이상이지만 CAE를 다루는 사람은 5% 안팎이다. CAE를 공부하는 공학계열 대학생도 전체 5%에 못 미친다”고 전했다.

또 CAE는 기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분류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관장하고 육성하는 정부 기관이나 연구소도 찾기 힘들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 이상현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CAE, CAD, CAM 등 제조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아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 가치사슬에서의 역할과 새로이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제조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육성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궁극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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