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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새 옷 입은 미화원, 큰절 올린 우윤근…국회는 따뜻했다
뉴스종합| 2017-01-02 15:41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이 옷 죄수복 같지 않아?”

2일 국회 복도. 새 옷을 입은 한 환경 미화원이 동료에게 건넨 대화다. 글로 옮기면 험악(?)해보이지만,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말에도 기쁨이 묻어났다. 오가며 얼굴이 낯익은 한 직원도, 오늘만은 표정이 달랐다. 무슨 대화가 그리 즐거운 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옷깃을 가리키며 대화하는 걸 보니, 새 유니폼 얘기를 할 터다. 

국회 청소노동자 200여명이 국회 사무처의 정규직 소속으로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약속했고, 결국 이뤄졌다. 정규직 전환이 됐을 때, 이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은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이들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신년을 맞이했다. 1월 정유년 새해 첫 근무 날이다.

이날 국회 청소노동자의 근무가 회자되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날 포털 사이트에선 ‘우윤근’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렸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 신년 행사에 참석했다. 우 사무총장은 “너무 늦게 국회 직원으로 모셨다.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밝히곤 큰절을 올렸다. 국회 사무총장이 직접 큰절을 올리자 이들 중 일부는 당황하며 황급히 일어나 맞절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6년 최고의 보람”이라며 이들에게 직접 국회 신분증을 걸어줬다.

삐딱하게 보려면, 이 역시 정치적 행위의 일환으로 폄하할지 모르겠다. 큰절은 정치인이 즐겨 찾는 ‘보여주기’인 탓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우 사무총장의 큰절은 정파를 계파를 이념을 떠나 호평 일색이다. 그만큼 울림이 크다는 방증이겠다.

상사로서 부하 직원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도 한국사회에선 극히 낯선 풍경이다. 내 배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역구민에겐 백번 절도 하겠지만, 그 어떤 국회의원도 신년을 맞이해 보좌진이나 비서에게 큰절을 올렸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우 사무총장의 큰절은 그래서 진심이 느껴진다. 비정규직으로서 그들이 느꼈을 오랜 설움에 대한 미안함, 늦게라마 이를 갚아주게 됐다는 뿌듯함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우 사무총장의 행동 하나하나에 담겼다.

신년 국회 첫날, 최고의 장면은 이견 없이 우 사무총장의 큰절, 그리고 청소노동자의 함박웃음일 것이다. 조금씩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며 고개를 숙이고 공감하는 사회. 설사 해결하지 못해도 서로의 아픔을 들어보려 귀 기울이는 사회. 새해 첫날, 우 사무총장과 200여명의 청소 노동자가 세상에 전한 메시지다.

정직원이 된 200여명의 청소노동자는 이제 국회 사무처 정직원이 돼 연차수당 및 건강검진, 경조금 등 다른 국회 기간제 직원과 동등한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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