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프로농구 ‘송구영신’이벤트가 남긴 것
뉴스종합| 2017-01-04 11:09
2016년 마지막 날인 지난 달 31일 깊은 밤, 고양실내체육관에는 관중의 물결이 춤추고 있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사상 첫 밤 10시 심야경기는 ‘송구영신’의 파격적인 이벤트였지만 대박이었다. 팬, 선수, 구단 모두 만족했다. 관중들은 경기시작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온라인 예매된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으며, 현장 판매분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은 경기시작 5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프로농구에서 매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선 것은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바깥 겨울추위를 녹일만큼 팬들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막판가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팬들은 이벤트에 큰 박수를 보냈고, 그동안 ‘관중 썰물’ 현상을 경험했던 KBL은 오랜만에 체면치레를 했다. 당초 프로농구 주말경기는 오후 2시 또는 4시에 열렸으나 이날 토요일 경기는 특별 행사로 밤 10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이날 자정무렵 경기가 끝난 뒤 김영기 KBL 총재는 코트위에서 기분좋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영기 총재는 “2017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며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새해맞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대해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는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을 보고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주말 경기도 오후 8시에 하는게 어떻겠느냐”며 웃었다.

그동안 연말연시 이벤트에서 스포츠는 방송 연예 프로그램 보다 별 인기가 없었다. 겨울철 실내스포츠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정규리그 경기를 이어갔을 뿐 연말연시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다른 해보다도 싱숭생숭, 영 기분이 나지 않았던 터였다.

당초 송년 이벤트 행사도 순수한 KBL의 기획은 아니었다. 최초 아이디어는 KBL 주관 방송사 역할을 하고 있는 MBC 스포츠 플러스가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관중 썰물’ 현상이 이어지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특별이벤트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규 경기이외에 여러 이벤트를 자주 갖는다. 미국 대학농구는 매년 11월11일 재향군인의 날에 맞춰 미군의 사기를 높이고 홍보를 위해 특별한 라이벌전을 기획한다. 지난 2013년 한국의 경기도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조지타운대학과 오레건 대학의 정규시즌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NBA는 한 시즌 일정을 세울 때 크리스마스 매치를 가장 먼저 편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을 갖고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것이다.

KBL은 이번 송년이벤트의 성공을 기화로 앞으로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게 고민하고 팬들의 흥미를 돋우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1997년 출범하던 해 성공적인 출범을 했으나 지난 20여년간 정체된 모습을 보였던 프로농구는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도약을 모색할 때이다. 한 해의 마지막날 밤을 하얗케 세우며 프로농구에 열광했던 팬들의 꿈같은 추억이 뭉실뭉실 피어날 때, 프로농구도 함께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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