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프리즘] 뷰티업계에 드리운 그림자
뉴스종합| 2017-01-10 11:01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화장품이 확실히 많아졌어요. 경기불황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플라스틱 용기의 미니 화장품이 더 늘어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도 일본처럼 ‘미니 화장품’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빠른 유행의 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의 ‘쁘띠 플라스틱’ 화장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쁘띠 플라스틱’은 품질에 초점을 맞추고 가격 거품을 뺀 화장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무인양품(無印良品)의 화장수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심플한 패키징, 질 좋은 제품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무인양품은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제품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브랜드다. 일본에 무인양품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마트의 자체상표 상품(PB) ‘노브랜드’(No Brand)가 있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약 2000억원으로, 전년(270억원) 대비 7배 가량 뛰었다. 이는 당초 목표치였던 1000억원의 두배다. 그 만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반증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통업계의 큰 축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됐던 화장품 업계에도 가성비를 강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고급스러운 유리병 케이스를 대신해 휴대가 간편하고 원가 부담이 덜한 플라스틱 용기 제품들이 속속 늘고 있다.

올리브영과 빙그레가 협업해 만든 바나나맛우유 화장품은 출시 50일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데다 바나나맛우유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소장 가치를 더한 점이 주효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온라인 전용제품인 ‘불가리안 로즈’ 라인도 인기다. 품질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가격대로 지난해 12월 판매량이 전달 대비 25% 증가했다. 화장품 업계에 가성비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 만큼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7년 화장품 업계를 관통할 두가지 키워드는 ‘쁘띠 플라스틱’과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화장품 업계는 연초부터 사드란 악재를 만났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강행하면,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사지 않는 등 강력한 보복을 할 것이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경고가 나오면서다. 당장 아모레퍼시픽과 잇츠스킨, 토니모리, 한국콜마를 비롯한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화장품 산업은 최근 3년 간 호황을 누렸다. 올해는 사드 위기를 무난히 넘기고, 경기불황 속 양질의 ‘쁘띠 플라스틱’ 제품들을 얼마나 쏟아낼 지 지켜볼 일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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