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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을 믿고, 이해하며, 행복을 주고 싶다”
뉴스종합| 2017-01-16 15:28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를 내놓는다. 출마 선언을 대신할 ‘선언문’이다. 문 전 대표는 대담집을 통해 소소한 일상부터 정치인으로의 소회, 국가 비전까지 작고 큰 생각을 풀어냈다. 사전 공개된 대담집 주요 내용에는 한국사회가 ‘대통령 후보’ 문 전 대표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답이 정리됐다.

문 전 대표의 대담집은 오는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출판 기념회를 거쳐 오후부터 전국 서점에 배포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도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적 있다. 이번 대담집은 사실상 ‘대선 도전 선언문’이다. 



출간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측과 출판사는 주요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사전 공개된 질의응답에는 담배를 끊은 배경이나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 소소한 주제부터 사드 배치, 국가개조의 의미, 또 경쟁 후보의 평가 등까지 크고 민감한 주제까지 총망라됐다.

▶文이 구상하는 리더십, ‘신해행증’ =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신해행증’으로 표현했다. ‘가르침을 믿고(信), 가르침을 이해하며(解), 가르침을 실천하고(行), 마침내 가르침을 완성한다(證)’는 뜻이다. 국민을 맞이하는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라 했다. ‘가장 평범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믿고, 국민 고통을 이해하며, 국민 행복을 실천하고, 국민 행복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행복에 대해 “적더라도 함께 나누는 세상, 배고프더라도 함께 먹는 세상, 억울한 사람이 없고 안전한 세상”이라며 이를 “공정한 세상”이라 표현했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으로는 “상식과 정의”라고 진단했다. 문 전 대표는 “해방 이후 친일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고, 1987년 6월 항쟁 때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또 기회를 놓쳤다”며 “우린 상식이 기초가 되는 나라를 만들 기회를 두 번 놓쳤다”고 했다. 이어 “부패 대청소를 하고, 그 뒤로 경제교체, 시대교체, 과거 낡은 질서나 체제ㆍ세력에 대한 역사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다면 그 권력은 “도덕성과 역사적 소명의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이기에 기존 권력과 전혀 다른 것이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기득권자의 권력은 세력 간의 공고한 카르텔이 기반이지만 우리 권력 기반은 다르다”며 “(도덕성과 역사적 소명의식) 그 힘으로 기득권 세력의 연합을 깨나가야 한다”고 했다.

▶“통일되면 北서 인권 변호사를” = 대담집에선 소소한 일상도 풀어냈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문 전 대표는 “‘흥남에 가서 변호사를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북한 사람은 자본주의에 훈련되지 않았으니 어려운 일을 많이 당할 것 같다. 무료 변호 상담ㆍ변호를 하면서 생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머니 고향을 찾겠다고도 했다. 그는 “외가 쪽에서 어머니 한 분만 내려오셨다. 외가의 뿌리를 찾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개마고원 트레킹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35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고3 때부터 담배를 제대로 피우기 시작해 35년 정도 피웠다”며 “히말라야에서 한 번에 딱 끊어버렸다. 히말라야 대자연 산길을 걷는데 담배가 저절로 끊어지더라”고 했다.

▶文이 밝힌 전직 대통령ㆍ경쟁 후보 평가 = 전직 대통령이나 경쟁 대선 후보 등에 대해서도 평가를 내놨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현실에 뿌리내린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얘기를 들어주시고 스스로는 말을 적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회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변호사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긴 시간의 모습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긴 설명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 답이다.

이명박 정부에는 “박근혜 정부와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고 비판했고, 박근혜 정부는 “그야말로 가짜 보수, 사이비 보수다. 그저 극우적인 수구세력이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또 “사과는 하지만 모든 사태를 사람 잘못 믿은 탓으로 돌렸다.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선 경쟁 상대와 관련해선,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젊고 포용력이 있다.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따뜻하고 헌신적”,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명하고 돌파력이 있다”, 김부겸 의원은 “뚝심이 있고 소통능력이 좋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에 대해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쪽에 서본 적은 없다. 절박한 마음이 없으리라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또,“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이 구시대를 청산하는 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란 선 긋기다.

한편, 사드 배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비쳤다. 문 전 대표는 “사드의 효용이 미국에서조차 입증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한미 간 협의를 했고,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국민의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거나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 그런 정도도 인정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일단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된 만큼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가장 빠르게 (검찰이)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진 고위공직자들이 수사를 받는 기구도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또 “4대강 같은 정책적 오류가 고의가 개입된 오류라면 당국자는 물론, 동조한 전문가나 지식인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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