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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사상 초유의 삼성 비상경영체제… ‘숨만 쉬는 조직될 것‘ 우려
뉴스종합| 2017-01-17 09:40
- 오너십 의사결정구조 붕괴.. “숨만 쉬는 조직” 될 것
- 그룹 수뇌부 줄줄이 수사 및 공판 대응 준비 나서야
- 경영환경 어려운데 적기 대응 놓칠 가능성 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삼성그룹이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중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 뿐 아니라 그룹 2인자 최지성 부회장 등 지휘부 인사들 대다수가 법정 공판 대응 준비 상황에 몰리면서 삼성그룹 전체가 사실상 ‘숨만 쉬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 체제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그리고 계열사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CEO 체제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가장 상위의 의사결정 구조인 오너십 의사결정 구조가 붕괴된다. 미래전략실 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그룹 3인자인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뇌물죄의 공범으로 기소(불구속)될 경우 미래전략실도 제대로 된 기능 수행을 기대키 어렵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불구속 수사 결정이 내려졌다.

특히 그룹 2인자 최 부회장은 비상경영 체제의 수장이 돼야 하지만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경영 활동에 집중키 어려운 형편이 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각각의 CEO 체제 하에서 집단협의체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다. 그룹 의사결정 구조 마비를 의미한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비상 상황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청문회장에서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해체도 장기과제로 전환될 수 있다. 그룹 수뇌부의 거취 결정을 위해선 사법기관의 최종 선고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너십 결단’이 필요한 굵직굵직한 투자결정 역시 전면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지주사 전환 로드맵 이행도 무기한 순연될 공산이 커진다. 애초 6개월 이내에 로드맵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총수의 부재가 현실화하면 오는 5월 전에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밑그림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각 부문별 대표이사 체제가 오너십 공백 최소화를 위해 움직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부품(DS) 부문을, 소비자가전(CE) 부문을 윤부근 사장이, IT·모바일(IM) 부문을 신종균 사장이 각각 맡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 부회장의 오너십 공백과 관련,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부인했다. 그룹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른채 나온 설명이란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 유지됐던 의사 결정 구조가 와해될 경우 대부분 조직은 필요 최소한의 움직임만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의 위기상황 속에서 삼성 그룹 전체가 숨만 쉬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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