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다문화학생 대상 학교폭력, 방치하다 유럽식 ‘테러’ 부를수 있다”
뉴스종합| 2017-01-19 09:08
-최수향 유네스코 국장-한유경 이대 연구소장 ‘우려 한 목소리’
-다문화 가정ㆍ학생수 증가…한국인 속 ‘인종주의적 성향’은 여전해
-사이버 학교폭력 예방도 중요…“정부ㆍ민간 모두의 노력 필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점차 증가추세인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을 그대로 방치하는 현재의 정책을 유지한다면, 안타깝게도 ‘외로운 늑대’들이 일으키는 미국ㆍ유럽식의 테러가 남의 이야기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최수향 유네스코(UNESCO) 포용ㆍ평화ㆍ지속가능발전ㆍ교육국장과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따돌림 등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 설명하며 이 같은 말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과 최수향 유네스코 포용ㆍ평화ㆍ지속가능발전ㆍ교육국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학교폭력과 괴롭힘’을 주제로 개최된 ‘한ㆍ유네스코 국제심포지엄’에서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과 해결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최 국장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선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학교 폭력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며 “방치할 경우 사회 전반적인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피부색, 언어 능력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다문화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한국사회에서 더 위험한 것은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인종주의적 성향’과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소장은 “백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외모를 동경하고 내집단으로 편입하려는 반면 유색인종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깔보는 경향이 여전히 한국사회에 존재한다”며 “동남아나 중국 출신 부모들이 많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특성 상 학교폭력에 노출돼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문제들이 누적된다면 사회적으로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향 유네스코 포용ㆍ평화ㆍ지속가능발전ㆍ교육 국장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선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학교 폭력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급부상 했다”며 “방치할 경우 사회 전반적인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최 국장과 한 소장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7~19일 3일간 서울에서 ‘학교폭력과 괴롭힘’을 주제로 개최된 ‘한ㆍ유네스코 국제심포지엄’ 덕분이다. 이번 행사는 유네스코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국제 사회가 괴롭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공개된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의 보고서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세계 70개국에서 250명 이상의 국제기구, 정부, 대학, 연구소, 민간기구 활동가가 참석해 열띈 강연, 토론 등을 진행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사안은 바로 ‘사이버 학교폭력’이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UN 사무총장 리포트의 주요 주제기도 했다.

최 국장은 “앞으로의 사회는 모든 생활 영역에서 사이버 영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이 자연스런 상황인 만큼 학교폭력 영역에서도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사항”이라며 “유네스코에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민 윤리’ 개념을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사이버 학교폭력과 관련된 청소년들의 언어를 온라인상에서 모니터링하고 걸러주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선 중요하고, 구글ㆍ페이스북 등 민간영역의 관계자들과도 이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개인 정보에 대한 통제 등의 문제와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한 소장은 “한국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정부기관에서 조차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이미지가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것 조차 방치하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이버 학교폭력과 관련된 청소년들의 언어를 온라인상에서 모니터링하고 걸러주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선 중요하고, 구글ㆍ페이스북 등 민간영역의 관계자들과도 이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개인 정보에 대한 통제 등의 문제와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는 유네스코가 설립된 이후 학교폭력이란 주제에 대해 처음으로 다룬 국제적 행사다. 이 같은 의미있는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한 이유에 대해 최 국장은 “한국 교육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매번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학생들의 체감 행복도 및 만족감은 낮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공간에서 학생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고민하는 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보다 쉽게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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